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40). 재일동포인 그는 로 2000년 나오키상을 받았고, 국내 번역된 소설 6권이 6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다.
엄숙함과 철저히 결별하고 빠른 전개와 극한의 쾌감에 집중하는 그의 소설로 인해 재일동포 문학에는 거대한 단층이 생겼고, 일본 문학도 또다른 개성을 부여받았다는 평을 듣는다.
2년 만에 옛 영화들을 소재로 한 단편 5편을 묶은 <영화처럼> (북폴리오 발행)을 출간한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사진 안 찍기로도 유명하다. 영화처럼>
- <영화처럼> 은 '로마의 휴일' '태양은 가득히' '정무문' 등 영화 이야기다. 영화처럼>
"학창 시절 학교보다 영화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는 스승이자 교과서였다. 영화를 매개로 사물을 생각하는 습관은 소설 집필 때도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소설은 뭔가. '태양은 가득히'의 등장인물은 "나를 대신해 웃어주고 화를 내주고 울어주는 영화와 소설이 좋다"고 말하던데.
"예술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쓸데없이 난해하거나,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거나, 미완성일 뿐인 작품이 '예술'을 방패 삼아 세상을 휘젓는다. 예술은 사회 주류의 위안거리일 뿐, 마이너리티에겐 필요없는 것이다. 소수자에겐 그날 그날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게 좋은 소설이라는 건 마이너리티의 시점을 잃지 않는 것이다."
- 스스로를 재일동포가 아닌 코리안 재패니즈(Korean Japanese)라고 여긴다고 들었다.
"이젠 그런 말로도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자신을 어떤 틀 안에 집어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어리석은지를 깨닫는다."
- 출세작 엔 재일동포의 삶이 자세히 묘사돼 있던데.
"자전적 소설 맞다. 를 쓴 이유는 기존 재일동포 문학 중 재일동포를 제대로 그린 작품이 전혀 없다는 데 대한 반발심이었다."
- 민족학교를 다니다가 일본 고교와 게이오대 법대를 졸업했다. 소설가를 직업으로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설가를 지망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다. 입학하자마자 내가 추구하는 미래가 대학을 기점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대학 공부는 접고 소설가가 될 준비를 했다. 졸업 후 데뷔하기까지 6년쯤 걸렸는데 갬블러 같은 걸 하며 살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조직에 속해 일해본 경험이 없다."
-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인데, 한국에 번역된 작품들을 보면 문체, 스타일, 주제의식에서 적잖은 변화가 엿보인다.
"문학적 변화엔 전혀 흥미가 없다. 내 자신의 성장을 독자에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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