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달러 모으기'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여당이 제안한 데 대해 야당은 "지금이 쇼를 할 때냐"며 "경제실정을 호도하기 위한 술수"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충정어린 제안인데 왜 문제삼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달러 은행 예치' 제안과 관련, "대통령이 달러 사재기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더 나아가 장롱 속에 있는 달러라도 내놓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얘기했고, 당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과거 '금 모으기' 식으로 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은행에 예금을 하자는 것"이라며 "은행의 달러 보유고가 올라가면 한국의 달러보유고가 올라가고 대외신용도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발적으로 할 일"이라고도 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이날 오후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 증시 동향을 파악한 뒤 집에 보관 중이던 달러를 외화통장에 예금하는 행사를 가졌다. 의원 10명이 모두 1,600달러를 예금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한나라당은 환율급등 등 세계적 금융위기의 파고를 극복해 나가는 상징적 행동의 하나로 달러 은행 예치를 말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다. 최재성 대변인은 "지금 상황이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고 하면서 달러를 모으자고 하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자 시장의 불신을 촉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벤트성 달러 모으기로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가벼운 처사"라고 말했다.
달러 모으기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구하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신학용 김동철 의원 등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7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발 달러 모으기는 '강만수 구하기'로 금융위기의 원인은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부 여당은 국민의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대체 금고, 장롱 속에 달러를 보관하고 있는 국민이 몇%나 되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현재 장롱 속 달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올 1~8월간 해외여행객이 887만 명인데 이들이 1인당 약 50달러씩 남겨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약 4억4,000만달러 정도가 된다는 식의 추산만 있을 뿐이다.
정녹용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