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속에 맨 먼저 국가 파산에 직면한 아이슬란드는 북극권 바로 남쪽의 섬나라다. 유럽과 북미 대륙 중간에 있으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친다. 32만 인구의 다수가 노르웨이에서 이주한 바이킹의 후예다. 20세기 초까지 노르웨이와 덴마크 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활화산이 15개나 되는 화산 섬인 탓에 대구잡이를 비롯한 어업으로 연명한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사회보장 연ㆍ기금을 재원으로 증시와 금융산업을 집중 육성, 1인 당 GDP(국내총생산) 4만 달러를 훌쩍 넘는 부자나라로 도약했다
■아이슬란드의 성공신화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앞장서 좇은 덕에 이룬 것이다. 금융시장 개방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막대한 해외차입 투자로 영국 덴마크 등의 기업을 잇따라 사들였다. 영국의 고급백화점 체인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House of Fraser), 대형 할인점 체인 세인즈버리, 프로 축구팀 웨스트햄 FC 등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슬란드 은행 란즈방키의 인터넷은행 아이스세이브(Icesave)는 연리 7% 고금리로 영국인 30만 명의 예금 100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것만도 GDP의 절반 규모다.
■아이슬란드 은행이 해외차입 투자로 축적한 전체 자산은 GDP의 10배를 넘는다. 그러나 '빚더미 위에 쌓은 부'의 위험을 경고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금융자본주의의 성공모델로 꼽혔고, 아이슬란드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는 상찬이 쏟아졌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함께 평가한 '인간개발지수' 1위에 아이슬란드를 올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의 조사기구 EIU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치안 등을 종합한 '평화지수' 1위 국가로 평가했다. 영국 46위, 미국 97위, 러시아 131위에 머문 것과 대비된다.
■영국신문 옵서버는 지난 5월 특집기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슬란드 국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그 '행복'은 한갓 환상에 불과했다. 은행과 기업뿐 아니라 값싼 엔화와 프랑화
대출을 받아 고급 아파트와 차를 사는 호사를 누렸던 숱한 아이슬란드인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과거 생존을 위해 위험한 해외 원정을 무릅썼던 바이킹의 후예들은 이제 "미친 해외 모험은 끝났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리고 나토(NATO) 동맹국 아이슬란드는 영국 등 우방의 빚 독촉에 쫓겨 러시아에 도움을 구걸하는 처지가 됐다. 이 '역사의 반전'에서 뭘 배울까.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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