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20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은 핵 시설 불능화 작업에 복귀했다. 애초 8월로 예정된 테러지원국 해제가 불능화 검증을 둘러싼 다툼으로 지연되면서 고조된 갈등이 어렵사리 해소됐다. 양측의 타협이 ‘완전한 검증’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비핵화에 이르는 험난한 길의 고비마다 불신에 얽매여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도움될 게 없다. 인내심을 갖고 앞을 내다보는 자세가 긴요하다.
북ㆍ미의 타협은 ‘순차적 분리검증’에 합의함에 따라 이뤄졌다. 지금껏 북한은 영변 원자로 등 스스로 신고한 핵 시설의 검증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미국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등 미신고 시설과 핵 확산 활동의 사찰까지 요구, 교착 상태가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 시설 재가동을 위협, ‘작은 위기’가 고조됐다. 이에 비춰 양측이 일단 신고된 시설부터 검증하고, 미신고 시설은 ‘상호 동의’를 전제로 순차적으로 검증하기로 타협한 것은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6자 회담 ‘비핵화 합의’의 틀과 어긋나지 않는다. 6자 합의는 핵 시설 불능화를 비핵화 2단계 조치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그 대가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했다. 논란이 불가피한 구체적 검증은 3단계로 미뤘다. 따라서 북한의 원자로 냉각탑 폭파 쇼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다툼이 이어진 것은 애초 예정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리를 헤아린다면,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 실적에 급급해 무리한 양보를 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엉뚱하다. 북한이 다시 ‘벼랑 끝 전술’로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분석도 상투적이다. 비핵화와 북ㆍ미 관계개선은 나란한 2차선 길을 따라가는 긴 여정이다. 핵 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의 의미와 효과가 상징적인 데 그칠지라도, 숱한 장애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게 순리다. 노상 불신과 회의를 되뇌는 낡은 안목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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