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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뚜껑 용접해야 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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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뚜껑 용접해야 할판…

입력
2008.10.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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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사장 K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 공사 현장에 출근했다가 깜짝 놀랐다. 자재창고의 잠금장치가 끊어져 있고 창고 안에 있던 철근 10톤(시가 1,000만원 상당)과 구리전선 800m(시가 100만원 상당)가 없어진 것.

'철근 도둑'이 많다는 말에 잠금장치까지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월30 만원을 내고 경비용역을 의뢰할 수 밖에 없었다.

울산 울주군에서 부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지난 3일 황당한 일을 당했다. 비닐하우스에 불이 켜지지 않아 살펴보니 전신주에서 4개 동의 하우스로 연결되는 400m(시가 50만원 상당)의 구리전선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농민은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도둑들이 어떻게 전선을 끊어갔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공사장이나 공공시설물의 금속성 자재를 닥치는 대로 뜯어가는 '고철 도둑'이 기승을 부려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갈수록 수법도 교묘해지고 대담해져 튼튼한 잠금장치를 달거나 돈을 들여 경비를 강화해도 소용이 없다.

공공장소에 노출돼 관리가 쉽지 않은 공공시설물이 자재 도둑의 주 표적으로, 맨홀 뚜껑에서 시작해 도로표지판, 빗물받이, 전선, 소화용 송수기 등 철 구리 알루미늄 등이 들어간 것이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털어가고 있다.

특히 감시가 소홀한 한적한 시골 도로에서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남아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충북 청원ㆍ진천군 일대서 맨홀 뚜껑 180여개가 사라졌고, 올 6월 충남 청양군 일대 도로변에서는 철제 빗물받이 30여개가 도난 당했다.

강원 영월군에선 교량 난간이 없어지는가 하면, 양양군에선 낙석방지 철망까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교량 바닥의 철제 이음새나 교량 이름을 적은 표지판까지 없어지기 일쑤다.

철 구리 알루미늄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지만 환율 폭등으로 국내 시장가격이 여전히 높아 자재 도난도 그치지 않고 있는 것. 13mm 고장력 철근의 경우 지난해 12월 톤당 58만원에서 올해 10월 현재 102만원으로 75%이상 올라 있다.

지자체들은 맨홀이나 빗물받이 등을 다른 자재로 교체하거나 아예 용접하는 등 대책 세우기에 바쁘다. 청양군 관계자는 "용접을 하면 나중에 청소할 때 용접 부위를 자르고 작업을 해야 해 불편하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맨홀 뚜껑 50여개를 도난 당한 부산 강서구청은 이 참에 맨홀을 강화플래스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고, 강릉시는 알루미늄 도로표지판이 연일 털리자 합성수지로 만든 표지판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심야에 감전 위험을 무릅쓰고 전선을 끊어가거나, 건물 외벽에 설치된 소화용 송수구까지 떼어가는 도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소화용 송수구 140여개가 도난 당한 대전의 소방 관계자는 "소화용 송수구가 도난 당하면 화재 진압에 큰 차질을 빚어지지만 송수구는 용접이나 잠금장치를 할 수 있는 물품도 아니어서 난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도 "예전 같으면 공사장 한 켠에 쌓아두었을 자재를 2중 잠금장치가 달린 창고에 보관하고 경비 용역까지 맡겨야 돼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고 하소연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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