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가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 단기차입금은 6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8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국내 달러 유동성 위기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외채무는 6월 말 현재 1,273억8,5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36.8% 늘어났다. 이는 3년 전의 2.2배 수준이다.
이 같은 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 증가율은 비은행 금융회사, 민간기업, 공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비은행 금융회사들의 대외채무는 280억3,200만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27.4% 증가했으며, 민간기업의 대외채무는 1,088억1,200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21.2%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단기 차입금은 6월 말 현재 568억6,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41.7% 늘었다. 이 증가율은 6월말 기준으로 2000년의 42.5% 이후 최대이며 3년 만에 2.3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단기 차입금 증가는 곧바로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은행들의 달러 부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은행권의 해외차입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작년까지 해외펀드 인기와 조선업체 호황 등으로 선물환 계약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해외펀드나 조선회사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해외에서 달러를 대거 빌려오면서 대외채무가 늘어나게 된 것.
또 대내외 금리차에 따른 재정거래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리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해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와 국내에서 운용해 수익을 남기려는 유인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급증한 대외채무가 국내 외환위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대외채무를 만기연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만일 단기 외화조달까지 막히면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한국의 은행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다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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