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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네거티브 선거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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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네거티브 선거전의 유혹

입력
2008.10.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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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것과 때를 같이 해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진짜 오바마는 누구입니까. 그는 위험하고 경험 없고 미국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버락, 진실은 어디 있나요?" 매케인 캠프가 요즘 내보내고 있는 90초짜리 TV 광고 내용이다. 이뿐이 아니다. 오바마를 1960년대 극렬 좌파 지도자 빌 에어스와 결부시키며 "테러리스트" 파문을 일으킨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유세장마다 오바마 후보를 공산주의, 무정부주의자로 둔갑시키며 "오바마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패색 짙어진 매케인의 변화

지난 주 플로리다 유세에서는 페일린의 선동적 발언에 자극 받은 한 청중의 입에서 "그를 죽여라"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유세를 취재한 한 방송사의 흑인 TV 카메라맨은 흑인을 비하하는 모욕적 언사로 봉변을 당했다. 오바마 개인의 정치이념과 주변인과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지만, 매케인의 네거티브 공세는 인종문제로까지 전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매케인의 이런 모습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매케인은 "국가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워싱턴의 낡은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당리당략적 원한이나 적대감은 대의가 아니라 병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워싱턴을 개혁하겠다며 '변화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그가 불과 한 달 사이에 낡고 추잡한 워싱턴식 정치로 되돌아간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실 매케인은 네거티브 선거방식의 가해자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 가까웠다. 대선에 첫 도전한 2000년 공화당 경선에서 그는 상대였던 조지 W 부시(현 대통령) 후보의 진흙탕식 비방공세에 완전히 초토화됐다. 혼외정사, 동성애, 흑인 사생아, 아내의 마약중독…. 자신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묻지마식'폭로성 제목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견디다 못한 그가 부시에 포지티브 선거전을 제의했으나, 이미 더 이상 경선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을 받은 뒤였다.

8년 전의 참담한 경험에서 매케인은 자신을 낙마시킨 네거티브 선거의 위력을 새삼 떠올렸을지 모른다. 유권자들이 지난 달 그의 후보수락 연설을 듣고 열광한 것은 그가 값비싼 경험을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워싱턴 정치'를 만들겠다는 교훈으로 승화시켰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네거티브 정치의 '마지막 희생자'로 삼기보다 자신의 뒤를 잇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 '보복의 정치'를 선택한 듯하다.

승부에 지고 게임에도 지나

미 언론들은 지금 '진짜 매케인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 해결사를 자처했던 매케인이 이 공격에서 저 공격으로 필사적으로 옮겨 다니는 그 사람인가"라며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에서 비난 광고를 추인한 매케인의 다음 모습은"이라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현재의 판세라면 매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승부에도 지고 게임에도 지는 '더러운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대결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역전승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황유석=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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