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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 미술스튜디오 2년만에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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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 미술스튜디오 2년만에 열매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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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결의 억새 꽃이 장관을 이루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잇길을 20여분 걷다 보면 끝 자락 깊숙이 있는 한 건물이 눈에 띈다. 주위에 골프연습장 철거가 한창인데도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이 곳은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정문을 지나자 잔디밭의 독특한 조각 작품들이 반긴다. 청바지를 입은 거대한 두 다리가 하늘을 향해 있다. 날개까지 달고 있어 영락 없이 하늘을 날던 거인이 추락해 땅에 푹 박혀버린 꼴이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도롱뇽도 마냥 뛰어 논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의 풍경이다.

침출수처리장에서 미술창작스튜디오로 상전벽해한 이곳에서 19일까지 첫 전시회가 열린다. 하수 냄새 풀풀 나던 이곳을 녹지로 꾸민지 12년, 스튜디오가 들어선지 2년 만이다. 입주자격이 신진작가다 보니 대부분 무명에 가깝지만, 그렇다 보니 오히려 신선한 작품들이 많아 관람객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2기 작가 김영섭(38)씨는 "홍보가 없었는데도 3일간 1,000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았다"면서 "2기 작가 17명의 혼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관람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006년 제1 스튜디오(17명 수용), 올 7월 제2 스튜디오(11명)가 개관한 이 곳은 경쟁률이 치열하기로도 유명하다. 작가에 대한 대우가 열악한 국내 여건상 편의시설이 완비된 스튜디오를 1년간 무상 대여하기 때문이다. 11월 입주할 3기 작가 28명은 44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창작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하다 보니 스튜디오 불은 밤에도 꺼질 줄을 모른다. 작업에 몰두하거나 공부, 토론을 벌이느라 낮과 밤이 따로 없다. 특히 다양한 작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정보를 나누거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스튜디오 관리를 맡고 있는 이정준(39) 주임은 "간이 침대와 싱크대, 냉난방시설 등이 갖춰진 개인 스튜디오를 무상 제공해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신인들이 이 기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거나 등용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치작가 박혜수씨도 "한창 작업할 때는 여기에서 자는데 아침마다 꿩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깬다"면서 "동료 작가와 아이디어 등을 주고 받으면서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서로 격려도 해가면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단순히 신인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기보다는 작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기 고양, 충북 청주 등 다른 스튜디오와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 정효성 문화국장은 "이 곳에 난지스튜디오 같은 창작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 곳이 작가들의 작품 제작 모습을 견학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회 일정과 교통 문의는 (02)2124_8959 또는 홈페이지(seoulmoa.seoul.go.kr)를 참고하면 된다.

김종한 기자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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