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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비평 3부작 완간 최유찬 교수 "박경리가 그린 삶과 죽음, 고대 서사시와 비교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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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비평 3부작 완간 최유찬 교수 "박경리가 그린 삶과 죽음, 고대 서사시와 비교연구"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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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1권, 등장인물만 500명이 넘는 대하소설 <토지> . 지난 5월 작가 박경리의 죽음으로 <토지> 에 대한 저널리즘의 찬사와 문학담론들이 다시 한번 꽃을 피웠지만,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토지> 의 세계를 일반인들(혹은 연구자들조차)이 한 눈에 조망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이 대작과 씨름해온 한 국문학자의 학문적 도정을 하나의 비평사적 사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박경리 선생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숙연한 표정으로 들고 서 있던 최유찬(57ㆍ사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근간 <세계의 서사문학과 '토지'> (서정시학 발행)는 <토지> 를 향한 최 교수의 학문적 고투를 일단락 짓는 비평집이다. 1996년 <토지를 읽는다> 와 지난 6월 내놓은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 에 이은 '토지 비평 3부작'의 완결편이다.

<토지를 읽는다> 는 소설 전체의 형식과 플롯의 통일성을 석명하는 작업이었고,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 은 대하소설과 게임이라는 이질적 텍스트에서 작동하는 상상력의 동일성을 파악하려는 시도였다면, 이 책은 <토지> 를 관통하는 주제사상을 통찰하려는 노력이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토지> 를 고대 이집트의 영웅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 ,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 원시유학의 가치관이 집약돼 있는 <서경> , 서구문명의 키워드 격인 <성서> 등 동서양의 고전들과 비교하는 비교문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한다.

그는 이들 작품과 <토지> 의 구조는 '삶과 죽음의 대위법'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분석한다. 가령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은 길가메시가 모험을 떠나고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해온다는 내용의 4,000년 전 <길가메시 서사시> 나 6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인간들의 죽음을 통해 "어떻게 하면 죽음에서 영혼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고 있는 20세기의 <토지> 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이 그러하듯 <토지> 역시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한 인류의 성찰이 풍부히 담겨있다고 최 교수는 결론내린다.

이밖에도 <토지> 의 주제사상을 '해골 골짜기의 생명나무'라는 기독교적 상징 이미지나 '연꽃 속의 보석'이란 불교적 상징 이미지로 파악하고, 그 상징 이미지가 작품의 플롯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독창적 독법도 돋보인다.

최 교수는 <토지> 의 미학적 가치를 "세계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생사의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에 대한 슬픔, 그것은 푸르른 밤하늘의 그윽하고 환한 심상을 배경으로 하여 은은하게 빛난다"고 요약한다.

그는 <토지> 연구에서 활용했던 '상(象)을 통한 텍스트 읽기'를 보편적 소설연구이론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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