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출처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독창적으로 지었던 건지, 어느 책에서 무슨 이야기를 읽다가 그것을 약간 변형시켜서 꾸민 건지, 남에게서 들은 건지, 들었다면 누구에게 들은 건지, 들은 그대로인지, 들은 바에다 내 생각과 감정을 뒤섞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꿨던 건지, 꿈꿨던 건지, 무의식의 심연에서 만들어진 건지, 헛갈리는 거다.
미디어 발달로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텔레비전에서 들은 건지, 들었다면 무슨 프로그램에서 들은 건지, 인터넷에서 읽은 건지, 읽었다면 무슨 사이트에서 뭐하다가 읽은 건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하다가 어떤 게 떠올랐고 그거에다 방금 떠오른 것을 가미한 건지, 정신이 없다.
이러다보니 내가 진실로 독창적으로 지어낸 이야기, 라고 믿는 것들까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혹시 남에게 듣거나 어디에서 본 이야기를 내가 지어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혹시 나도 모르게 모방, 패러디, 표절 같은 거 한 거 아냐? 완전히 독창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할 수 있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우리나라에 사람이 참 많으니, 나랑 똑 같은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내 이야기는 독창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정말 엔간히 어지럽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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