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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차이나 프라이스' '싼게 비지떡' 중국産… 세계 소비자도 책임있다

입력
2008.10.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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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하니 지음ㆍ이경식 옮김/황소자리 발행ㆍ408쪽ㆍ2만원

과연 '싼 게 비지떡'이었다. 그 속담의 진정성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확인됐다. 문제는 중국이란 문제아의 파급력이 글로벌해졌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부터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멜라민 파동까지, 가히 무소불위다.

중국은 미국이 키웠다. 1978년, 중국은 30여년의 고립을 끝내고 세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중국이 세계 경제 재건은 물론 자국의 경제와 안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미국은 낙관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안이한 판단이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이 멜라민의 유해성을 지적한 이래, 미국은 중국산 치약 사용중단 조치(독성 성분 함유) 등 세계에 경고등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 책은 중국 제품의 싼 가격(차이나 프라이스ㆍChina price)은 결국 막대한 손실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힌다. 곳곳에 산재한 소규모 불법 탄광들은 '싸지만 가장 더러운 에너지원'인 석탄을 캐내기 위해 온 산천을 숯검댕과 스모그로 더럽히는 사람들이다.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광둥성의 공장에 취직해 저임금ㆍ중노동에 시달리던 17세 소년은 작업중 사고로 팔 하나를 잃었지만 단돈 900달러의 보상금만을 제시받았을 뿐이다. 자본주의 실험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일부다.

캐나다가 디자인한 그래픽 칩은 대만에서, 하드 드라이브는 일본에서, 액정 화면은 한국에서 각각 생산되는 식이다. 중국에서 조립ㆍ완성(모듈화)된 노트북은 미국에서 팔린다. 한국인이 공장주인 경우도 낯설지 않다. 한때 사치품 계열에 끼었던 휴대폰, DVD 플레이어, 평면 TV 등은 같은 이치로 일상품이 될 수 있었다.

"어린이 노동이나 착취 행위가 없는 안전한 작업장이라는 설명"(305쪽)이 굳이 붙어야만 열악하지 않은 노동 조건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곳이 지금의 중국이다. 저임금에 이직율은 높고, 업체 선정 등을 둘러싼 부패는 어디에나 있다. 이 악순환을 취재하기 위해 저자는 월마트가 납품업체 사장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몰래 참가하는 등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곳곳이 생생한 사례들로 넘친다. 15년 동안 동아시아 경제통으로 일하고 현재 파이낸셜타임스 중국 특파원으로 있는 알렉산드라 하니의 첫 저작답게 르포 기사의 전형을 보는 느낌이다. 3년여 동안 중국 곳곳을 누비며 노동자들은 물론 인권단체 등 관련인들 취재 덕택에 생동감이 넘치지만, 이 책은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판금 조치를 당해야 했다. 저자는 중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외면한 채 그들의 값싼 제품만 탐닉하는 전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을 명확히 묻고 있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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