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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언중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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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언중유골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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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잘 모릅니다." 뉴스로 보고 들을 때는 말 그대로 '법을 잘 모른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곱씹어보니 그토록 단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첫째, 겸손을 마음껏 표출한 말일 수 있다. 법을 모르신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설령 자신은 모를지라도 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을 엄청나게 거느리고 있다. 주워들은 풍월이 만만치 않을 테다. 그러니까 '법은 잘 모릅니다'는 일종의 반어법으로서 숭엄한 경지의 겸손을 자랑한 말일 수 있다.

둘째, 법은 (수사 해석 적용 등이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결과를)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옛날 유명했던 범죄자의 입에서 나와 시대를 풍미했던 말 '유전무죄, 무전유죄'처럼 돈이나 권력이 있고 없음에 따라, 있는 정도에 따라, 법의 이해와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아니 법의 역사가 죽 그래왔다는, 저간의 사정과 지금의 현실을 예리하게 함축 정의하고 있는 말인 거다.

셋째, 법을 비웃거나 어르거나 겁주는 말일 수도 있다. 법이 아무리 날고 뛰어보았자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법이 아직도 우리 거대한 힘을 모르고 있는 거 아냐? 사탕 주며 회초리 때리는 말인 거다. 생각할수록 기막힌 언중유골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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