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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결혼식 준비하다 티격태격… 위기 부르는 갈등을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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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결혼식 준비하다 티격태격… 위기 부르는 갈등을 진단하다

입력
2008.10.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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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실인가, 파탄의 함정인가. 애틋하고 소중한 남녀간 감정은 정작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틀어지게 마련이다. 혼인을 준비하면서 한 번이라도 싸우지 않은 커플은 눈을 씻고 찾아도 오히려 찾기 어렵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시댁과 처가의 결연으로 전진하면서 상견례와 약혼식, 혼수와 예단, 결혼식의 형식과 장소, 신혼여행 모든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된다. 각각 다른 갈등을 경험한 어느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 과정의 갈등과 파혼 위기를 알아보자.

■ 그 여자 이야기

정녕 사랑은 헛된 감상이었을까, 결혼은 미친 짓일까. 연애 시절의 애틋한 감정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어디로 사라진 걸까.

확실히 결혼은 여자한테 손해다. 함 들어올 때 가장 먼저 기분 상했다. 한두 번 만났던 신랑 대학 친구가 대뜸 전화를 걸더니 하는 소리, "함값 얼마로 할 거에요?" 함값을 내가 주냐? "(꾹 참고)부모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뻔뻔하게)그래도 대강 선을 그어야지, 80만원 밑으로는 안 되죠." 어차피 먹고 마셔서 없앨 돈, 그렇게 우리 부모님 등허리 휘게 만들려고(뿌드득)….

그래도 그건 친구 잘못이려니 했다. 모든 결정을 다 주도하려는 시부모에게 정말 질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식장도 교회에서, 주례는 목사님이, 청첩장엔 '주님의 축복'을 넣자고 하셨다.

경상도에서 자란 나는 결혼식장이나 주례는 신부쪽에서 알아서 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라도 출신의 신랑은 정반대란다. 결국 목사만 빼고 시어머니가 알아서 주례를 정하셨고 청첩장은 10만원 더 들여 따로 찍었다.

혼수를 고르면서 스트레스는 심해졌다. 3년 연애 동안 그렇게 자상하던 신랑, 그 예민한 감각으로 전자제품이며 가구며 세세하게 따지기 시작하는데 죽는 줄 알았다. 따지다 보니 비싼 걸 고르게 되고, 예산 초과가 장난 아니다. 결국 신랑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제 따라다니지 마!"

신혼집만 해도 그래. 나도 어엿한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고. 출퇴근도 생각해야지, 40분이나 더 걸리는 시댁 옆에 집을 꼭 구해야 해? 아니, 아들 내보내는 어머니 심정 이해하라면 딸 시집 보내는 우리 엄마는 어떻고! 집 문제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정말 분통 터지는 건 예단! 처음에는 "분수껏 하면 되지" 하셨던 시어머니는 주변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밍크코트는 꼭 해오란다. 웬만큼 돌려 받을 생각 하고 현금으로 1,500만원 건네 드렸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밍크코트에 시아버지 선물도 하나 챙기려면 몇 백만원은 족히 깨질 상황이다. 이 순간 나, 정말 결혼 깨고 싶었다. 뭔가 억울하고 손해보는 기분이다.

결혼식 날짜가 코앞이다. 하지만 벌써 10년은 산 것 같다. 정말 이 결혼, 해야 되는 거야?

■ 그 남자 이야기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었다. 그냥 제스처였을 뿐이었다. 진짜 결혼을 깨려는 건 아니었다고.

물론 상견례부터 분위기는 안 좋았다. 하지만 내가 장손인 걸, 제사 몇 개 있는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 전부터 나에게 눈치를 주시던 처가 어른들이 "제사가 너무 많아서" "우리 딸이 워낙 귀하게 자라서"라며 자꾸 태클이시다. 우리 어머니는 "서울은 지방하고 달라 간소하게 한다"고 말했지만 계속 그렇게 나오시면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사실 섭섭한 건 나다. 신부는 예단이니 혼수니 시댁 요구가 많다느니 뭐니 징징거렸지만 솔직히 집 마련하는 부담하고는 비교할 바가 안 되지 않나. 우리 어머니 말씀은,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조금만 보태라는 것이었다.

쓸데없이 혼수에 돈 쓰지 말자는 것이었는데 그걸 오해해서 "내가 뭐가 그렇게 모자라는 여자냐"며 난리를 치고…. 일단 달래 놓기는 했지만 지금 봐, 5,000만원쯤 보태 주신 덕분에 조금 여유있는 아파트 구했잖아. 사실 체면 굽히고 들어간 우리쪽도 생각해 줬어야지. 우리 집 명의도 공동명의로 했으니 다 잘 된 것 아냐.

사실 가장 심각한 고비는 그 다음이었지. 하필이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 이것 저것 막느라 쩔쩔 맬 때였어. 여행사에서 오늘까지 꼭 예약금을 걸어 놓아야 한다고 해서 50만원만 빌리자고 했다. 그날 저녁 장인 장모가 부르셨지. "어떻게 결혼 전부터 아내 돈을 넘보느냐"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언제 네 돈 탐냈냐? 장인 장모 앞에서 언성을 높였지. "잠깐 빌리자고 했지. 도대체 부모님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한 거야?" 그날 "결혼 안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정말 끝내려는 건 아니었어. 어쨌든 그냥 "잘못했습니다" 할 수는 없었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장인 어른도 사위 군기 좀 잡으려고 하신 거겠지. 도대체 돈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뭐 그런 경고 아니겠어. 하지만 여보, 우리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가끔 제사 지내느라 수고 좀 하지만, 우리 행복하게 살고 있지? 결혼 과정에 큰 소리 좀 났다고 다 깨지면 세상에 그 어떤 부부가 존재하겠어.

★ 그 여자 이야기는 32세 회사원 박모씨, 경상도 출신의 31세 이모씨, 33세 직장인 박모씨, 39세 회사원 김모씨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그 남자 이야기는 29세 회사원 최모씨, 40세 직장인 이모씨, 42세 대학교수 김모씨, 37세 직장인 김모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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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비용 평균 1억7245만원… 신랑, 집마련 부담 커

실제로 결혼한 남녀들은 평균적으로 결혼 비용을 얼마나 지출하고 어떻게 부담을 나눌까.

선우 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결혼한 신랑 신부(321쌍 조사 결과)는 결혼 비용으로 평균 총 1억7,245만원을 썼다. 이 중 대다수는 물론 주택 마련 비용인데 이를 빼고 약혹식과 함, 혼수와 예단, 결혼식, 신혼 여행 등에 쓴 금액은 4,985만원이다.

집 값을 제외한 약 5,000만원을 신랑 신부는 어떻게 부담했을까. 신부는 시댁쪽에 777만원 상당의 예단을 보내고 597만원의 예물을 받았으며, 신랑은 처가쪽에 511만원어치의 예단을 보내고 415만원의 예물을 받았다. 아무래도 예단에는 신부쪽이, 보석이나 시계 등 예물에는 신랑쪽이 더 많은 돈을 썼지만 두 가지를 합쳐 보면 신부쪽이 손해다.

결혼식 비용은 1,212만원이 들었는데 양가가 약 절반씩(신랑측 662만원, 신부측 550만원) 나눠 냈다. 함과 약혼식에는 신랑과 신부가 각 293만원과 209만원을 냈다. 신혼 여행은 주로 동남아(이하 조사대상의 56.6%)에서 5박 6일 이상(45.6%) 머무르며 460만원을 지출했는데 신랑 측이 조금 더 많이 썼다.

신랑 신부의 신혼집은 30평 이상(39%)의 전·월세(55.6%) 아파트(72%)로, 여기에 1억2,260만원이 들었다. 요즘 들어 신부 측도 집 값을 보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신부의 부담은 1,391만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집은 신랑 측의 부담인 것이다. 주택 마련 비용 중 5,504만원은 부모가 보태 주었고, 5,407만원은 부부가 저축한 돈으로 충당했으며, 나머지는 대출금이었다.

결혼 과정에서 가장 경제적 부담을 느낀 것은 물론 주택(66.7%)이었지만 지나고 나서 가장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결혼식 비용(30.8%)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주택 마련과 예단 때문에 다툼을 했다. 신랑 측은 신부가 해오는 예단(15.7%)이, 신부 측은 신랑이 마련해야 하는 주택(21.1%)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를 제기했다.

결혼 준비는 신랑 신부가 직접 주도(67.6%)했고 결혼식장을 잡을 때는 양가를 모두 고려했다(56.1%). 전통 관념에서 가장 변화를 보이는 결혼 과정은 폐백이다. 원래 폐백은 신부가 시댁 식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의식이지만 이제는 신부 부모에게도(44.7%) 폐백을 올리는 것이 예외적이지 않은 일이 됐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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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플매니저들이 말하는 '파혼 피하는 법' 10계명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 평생에 한번 입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혼수와 예식 준비로 바쁘고 들뜬다. 하지만 이 계절은 바로 그 이유로 인해 '파혼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결혼의 단꿈이 파혼의 악몽으로 치닫는 게 보통 결혼 한두 달 전, 신랑 신부가 예단과 예물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결혼이 단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집안 대 집안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하면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결국 집안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

10년을 연애한 커플도, 맞선 한 달 만에 날을 잡은 커플도 피해갈 수 없는 파혼의 수렁. 결혼을 둘러싼 갈등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커플매니저 24인이 말하는 '파혼을 피하는 법' 10계명을 소개한다.

◆ 신랑이 '여우'가 돼 중재자 역할을 하라

절대 다수의 커플매니저가 제 1계명으로 꼽은 황금명제다. 우유부단한 아들이 어머니와 신부 사이에서 파혼의 결정적 원인 제공자가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

커플매니저들은 "예단을 준비할 때 신랑이 어머니의 의견을 그대로 신부 측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랑이 어머니의 말만 전적으로 믿는 경우 파혼으로 갈 확률이 많다는 게 커플매니저들의 중언. 부모님의 무리한 요구는 100% 전달하지 말고 자기선에서 처리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예단으로 모피코트를 요구할 경우 신랑 선에서 "요즘 그런 거 안 한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큰 갈등은 피할 수 있다.

시댁에서 원하는 것과 친정에서 생각하고 있는 게 일치하지 않으면 연애를 오래 한 커플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랑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양가의 감정 섞인 불만이나 비난의 말을 그대로 전해선 안 된다는 것.

선우의 이웅진 결혼문화연구소장은 "남성들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줘야 갈등 해결이 쉬운데도 아직까지 권위에 사로잡힌 남성들이 많다"며 "예단과 혼수 준비로 스트레스 받는 여성을 위해 될 수 있으면 남성이 양보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 자신의 형편과 상대 측의 요구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라

예단이나 예물은 냉정하게 말해 일종의 물물거래다. 그렇기 때문에 민감하고 치사해지기 쉬운데, 이땐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신부는 시어머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달라고 솔직하게 묻는 게 좋다.

예단이라고 하면 보통 일정 액수의 현금과 이불, 반상기, 은수저를 기본으로 하는 현물을 통칭하는데, 요즘은 백화점 상품권이나 명품 가방, 보석 등을 원하는 시어머니들이 많다. 예산 안에서라면 시어머니의 니즈(needs)를 정확히 충족시켜주는 게 현명하다.

예산이 부족할 때는 시댁 측에 자신의 형편에 대해 진솔하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시댁을 향한 애정과 성의의 표현이 충분하다면 예단과 혼수의 부실을 다소 상쇄할 수 있다.

◆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

결혼 준비에 정답은 없으므로 어떤 결혼 케이스와도 비교하면 안 된다. 오로지 내가 결혼하는 집안과 우리 집안만 생각해야지, '내 친구는 예물을 5세트 받았는데 나는 3세트밖에 못 받았다'는 식으로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서운해진다.

커플매니저들은 "집집마다 형편도, 풍습도, 가정 환경도 다 다르므로 시댁에 맞게끔 주고 받는 게 최고"라며 "친구들과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랑 측에 현금으로 예단을 보내면 일정액을 신부 측으로 돌려 보내는 것이 상례인데, 이때 50%를 돌려 보내느냐, 30%를 돌려 보내느냐도 첨예한 갈등 요인. 커플매니저들은 "예단은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보내야 나중에 섭섭하지 않다.

◆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라

흔히 혼수와 예단, 예물을 준거로 '우리 집안을 무시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절대 금물. 집안 형편이 다른데도 자존심 때문에 무리하면서까지 동등하게 하려다가 깨지는 커플이 많다. 커플매니저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허세를 부리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신랑ㆍ신부가 사전에 의견합치를 이루어 한 팀이 돼라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자 약속한 예비부부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양측 집안의 대표선수가 돼 전쟁을 치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럴 땐 프러포즈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두 사람의 의견부터 합치시키는 게 중요하다.

탄탄한 팀워크로 뭉친 한 팀이 돼야 하는 것. 부모님의 의견에 휘둘리거나 상대측의 의견을 중구난방으로 집안에 전달하기보다는 양쪽 부모님을 상대로 동일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 예단ㆍ예물 비용을 줄이고 실속 있게 준비하라

요즘은 예단이나 예물을 간소하게 하고 그 비용막?신혼집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커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실속 있는 결혼 준비를 한다면 예단과 예물이 다소 부족해도 쉽게 양가 부모님의 양해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쓸데없는 감정 싸움을 차단할 수 있다.

◆ 신랑ㆍ신부의 가족과 친해져라

예비 시댁, 예비 처가의 식구들을 내 편으로 만들면 결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도 영민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

◆ 먼저 결혼한 동서의 케이스를 참고하라

시댁이나 처가에 먼저 결혼한 동서들이 있다면 그들의 사례를 최대한 참고하는 게 좋다. 커플매니저들은 "동서가 있을 경우 며느리들끼리 비교당하는 것은 불가피한 운명"이라며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서로 비교되지 않도록 비슷하게 맞춰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화 채널의 성별을 바꿔라

보통 양가의 갈등은 어머니 대 어머니의 갈등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신랑 어머니 대 신부 아버지, 신부 어머니 대 신랑 아버지 식으로 대화 채널의 성별을 바꾸는 것이 은근한 신경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굳건한 신념을 가져라

가장 중요한 항목. 내가 결혼하려는 이 사람은 지구상에 둘도 없는 단 하나의 소울메이트다. 하지만 시간과 스트레스에 쫓겨가며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이 덕목을 잊게 되는 수가 있다.

파혼은 부유층이나 고소득 전문직종끼리의 결혼일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커플매니저들은 말한다. 얼마든지 더 좋은 다른 상대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결혼하기로 결심했다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과 확신을 가져라. 그것만 있다면 누구나 겪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갈등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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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지역마다 다른 풍습·에티켓… 챙겨보고 오해 푸세요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될 경우에는 고유한 결혼 풍습을 몰라 오해가 깊어지기 쉽다. 지역감정으로 인한 문제야 옛말이라지만 결혼 문화의 차이는 알게 모르게 앙금을 남길 수 있다.

격식과 전통을 따지는 경상도쪽에서는 '큰상'이라는 풍습이 아직 남은 곳이 많다. 큰상이란 신랑집에 새 사람(며느리)이 왔다고 알리는 제사를 올리기 위해 신부집에서 한껏 솜씨를 부려 음식을 보내는 풍습이다.

보통은 신혼여행 후 신부 측에서 시댁에 인사하러 가면서 이바지 음식을 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상도의 큰상 풍습은 결혼식 전날 따로 음식을 보내 동네 어른과 친지끼리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풍습을 모르면 "결혼 전 음식을 보내라"는 말에 이중 부담을 느껴 당황하기 십상이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와 충남 지역 즉 백제문화권은 이바지 음식을 신랑 측에서 신부 측으로 보낸다.

경상도에서는 신혼여행 후 신부 측 아버지와 삼촌 등 남자 친척들이 시댁에 신부를 데려다 주고 함께 차를 마시고 오는 풍습이 있다. 전라도 출신의 남자와 결혼한 경상도 출신 최모(33)씨는 결혼식 후 풍습대로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는 "전혀 준비 안 된 시댁에서 당황하는 바람에 결국 아버지와 삼촌들이 신랑 집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전라도에서는 신랑 측이 결혼식 결정에 주도적인 편이다. 그래서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가 만나면 예식장 선정을 놓고 많이 부딪친다. 결혼식도 서로 자기 고향에서 올려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다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폐백도 경상도에서는 양가 어른들 모두 받지만 서울 전라도 충청도 등은 시댁 어른들만 받기 때문에 경상도 신부를 다른 지역에 시집 보내면 자칫 섭섭해하기 십상이다.

서울과 충청도는 결혼 비용은 신랑 신부 양측이 반씩 부담하고, 예식장 선정과 주례 등은 남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폐백은 신랑 측만 받고, 결혼식 뒤풀이 비용도 남자가 부담한다.

바다 건너 제주도는 다른 지방들과 확연히 다른 독특한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 전반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신부 측이 행사하고 신랑 측은 모든 비용을 대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을 빚기 쉽다.

제주도 출신 김모(29·회사원)씨는 충청도 출신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내년 3월 결혼식을 앞두고 양가의 견해 차이로 아직 예식장도 못 잡고 있다.

남자 친구는 서울에서 결혼하자고 주장했고 결혼 비용도 반씩 부담을 요구했다. 또 서울에서 식을 올릴 경우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비용도 서로 상대편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양가 어른들 사이에서 어떻게 의견 조정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강유진 인턴기자 (이화여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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