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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가정신 다시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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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가정신 다시 살려야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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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나라였다. 기업가정신은 자본이나 노동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는 아니지만 그들 못지않게 생산에 영향을 주는 중요 요소라 해서 제3의 생산요소라 부르기도 한다. 기업은 자본과 노동이 잘 조달되면 기업 활동을 순조롭게 영위할 수 있다. 거기에다 훌륭한 기업가정신까지 첨가되면 그런 기업은 승승장구할 수 있다. 과거 한국의 기업들이 그랬다. 고도성장기의 한국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이 가장 큰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2, 3세들에게 기대할 수 없어

그런데 지금은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에게 공격적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마디로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달라는 당부였다. 기업가정신이 충천했던 1970년대에 기업 활동을 했던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오늘날의 기업들이 답답할 만도 할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과연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과거의 그 충만했던 기업가정신이 오늘날은 왜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기업가정신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는 힘이다. 그런 힘은 편할 때는 나오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은 도전정신이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소위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다.

우리도 이제 그런 정신이 사라질 만큼 살기 편한 나라가 된 모양이다. 올림픽 메달밭으로 여겨졌던 복싱과 레슬링에서 메달 구경하기가 어렵게 되고, 헝그리 정신의 대표 종목이었던 이런 경기는 이제 3D 경기로 치부되고 있다. 재벌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업가정신 없이 편하게 사업할 수 있는데 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불확실한 일에 도전하려고 하겠는가.

한국기업사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대표되는 인물로는 이병철 정주영 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창업가들이 훌륭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기업가정신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정신이라면, 그들은 이를 몸소 실천해 보여준 분들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세계적 기업을 일구어 낸 기업가정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의 시대는 가고 지금은 2세 3세들의 시대이다. 그런데 2, 3세들은 기업가정신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있지 않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물려받아 그것을 지키기만 해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 왜 불확실하고 위험한 기업가정신에 집착하겠는가. 기업가정신은 차치하고 비자금이니 주가조작이니 하는 얘기로 오히려 비웃음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중요 부문을 거의 다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에게서 기업가정신이 나오지 않으니 한국경제가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산업화는 재벌들의 기업가정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재벌을 축성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아쉽게도 이들은 2세 3세로 세습하는 과정에서 군국주의 세력과 영합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은 패망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재벌은 사라졌다.

2차 대전 후에는 일본에 케이레츠(系列)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이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가정신이 일본을 부흥시켰다. 과거 재벌의 수족 노릇을 하던 머슴경영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주인경영인으로 탈바꿈하여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한 것이다. 그들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이 힘으로 일본은 다시 일어섰다.

머슴경영인이 주인경영인 돼야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전문경영인이 없다. 총수 밑에서 신임 얻는 일에만 충실해야 하는 머슴경영인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서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나올 리 없다. 이미 모든 것을 물려받은 세습경영인으로부터도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한국도 이제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전문경영인의 기업가정신이다. 머슴경영인이 주인경영인으로 탈바꿈하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만들어야 기업가정신이 꽃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훌륭한 기업가정신이 더욱 그리워진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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