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을 위해 "탈레반과 화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가 탈레반과의 화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담에 참가 중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아프간 정부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선다면 탈레반과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게이츠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에 협력하는 것이 화해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는 아프간 전쟁의 정치적 종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탈레반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인식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이츠 장관은 최근까지 셰라드 쿠퍼 콜스 주아프간 영국대사가 제시한 정치적 해법을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해왔다.
이날 회담에서 마이크 뮬런 미 합참의장도 "올해는 힘든 전투를 했으며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아프간 주둔 영국군 사령관 마크 칼튼 스미스 준장도 "전쟁 종식을 위해서는 탈레반과의 협상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NATO 사령관들 사이에서 협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AFP통신은 아프간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중재를 요청, 탈레반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이 그리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다. 탈레반은 평화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외국 주둔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아프간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쟁이 연합군 대 탈레반의 단순 양자 구도가 아닌 점도 걸림돌이다. 구 소련의 침공 때부터 아프간에 존재했던 다양한 무장단체와, 미국이 9ㆍ11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한 알 카에다 등이 아프간 전쟁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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