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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르 클레지오보다 더 기쁜 한국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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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르 클레지오보다 더 기쁜 한국 출판사

입력
2008.10.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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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68)가 9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정말 감동받았다"며 수상 일성을 말하는 그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막상 진짜 웃음을 지었을 이들은 르 클레지오 작품의 판권을 갖고 있는 우리 출판사들이었을지 모릅니다.

불황에 울상 짓던 출판사들은 모처럼만에 '노벨문학상 효과'를 염두에 두고 발빠른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1997년 첫 선을 보인 르 클레지오의 <섬> 번역본은 10년 동안 2,000부밖에 나가지 않아 사실상 절판 상태였지만 이날 출판사에는 오전부터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의 주문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사막> 의 판권을 사들인 후 2년간 원고를 묵혀두었던 출판사도 2주 내에 5,000부를 찍어낸다고 합니다. 르 클레지오의 등단작 <조서> 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노벨문학상 효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2006년 수상자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무려 10만부 이상이 팔리는 판매고를 올렸지만, 지난해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의 경우 작품이 어려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문인, 번역자 등 주로 훈련받은 독자들에게서 높이 평가받는 르 클레지오 작품의 판매 추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다소 어렵다는 평은 있지만 국내 독자들이 손만 뻗치면 르 클레지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행운입니다. <사막> 을 비롯해 <혁명> <황금물고기> <조서> 등 그의 대표적인 소설과 에세이 20여 편이 시중에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르 클레지오 문학의 뼈대인 문명과 자연의 대립구도, 자연친화라는 주제의식은 우리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기대입니다.

그가 이화여대에서 바로 지난 봄학기까지 1년간 강의를 했고 한국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지한파 작가'라는 점도 출판계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시내 서점에 들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 한 권 들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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