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68)가 9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정말 감동받았다"며 수상 일성을 말하는 그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막상 진짜 웃음을 지었을 이들은 르 클레지오 작품의 판권을 갖고 있는 우리 출판사들이었을지 모릅니다.
불황에 울상 짓던 출판사들은 모처럼만에 '노벨문학상 효과'를 염두에 두고 발빠른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1997년 첫 선을 보인 르 클레지오의 <섬> 번역본은 10년 동안 2,000부밖에 나가지 않아 사실상 절판 상태였지만 이날 출판사에는 오전부터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의 주문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사막> 의 판권을 사들인 후 2년간 원고를 묵혀두었던 출판사도 2주 내에 5,000부를 찍어낸다고 합니다. 르 클레지오의 등단작 <조서> 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조서> 사막> 섬>
물론 노벨문학상 효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2006년 수상자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무려 10만부 이상이 팔리는 판매고를 올렸지만, 지난해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의 경우 작품이 어려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문인, 번역자 등 주로 훈련받은 독자들에게서 높이 평가받는 르 클레지오 작품의 판매 추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다소 어렵다는 평은 있지만 국내 독자들이 손만 뻗치면 르 클레지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행운입니다. <사막> 을 비롯해 <혁명> <황금물고기> <조서> 등 그의 대표적인 소설과 에세이 20여 편이 시중에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르 클레지오 문학의 뼈대인 문명과 자연의 대립구도, 자연친화라는 주제의식은 우리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기대입니다. 조서> 황금물고기> 혁명> 사막>
그가 이화여대에서 바로 지난 봄학기까지 1년간 강의를 했고 한국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지한파 작가'라는 점도 출판계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시내 서점에 들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 한 권 들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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