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페기 구겐하임' 다리야 다샤 주코바
현재 국제 미술계의 '큰 손'은 단연 러시아의 부자들이다. 그들은 취향이 없기로 유명하지만, 러시아 부총리 알렉산드르 주코프의 딸이자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연인으로 알려진 모델 출신의 다리야 다샤 주코바(27ㆍ사진)를 보고 '취향 없는 졸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2의 페기 구겐하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코바는 지난 6월 모스크바에 '당대 문화를 위한 창고 센터(The Garage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e)'를 개관하며 화려하게 미술계에 데뷔했다.
그를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구단주로 러시아 최고, 세계 16위의 부호인 아브라모비치의 '트로피 애인'이나 패리스 힐튼과 유사한 패션 아이콘 쯤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제 생각을 고쳐야 할 판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과단성이 있는 주코바는 창고센터의 개관을 미술계의 큰 손이라면 누구나 초대받고 싶은 행사로 조율해냈다.
참석자의 면면은 화려했다. 예술 후원가이자 화장품그룹 에스테 로더 회장인 로널드 S 로더,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븐 A 코헌, 모나코 캐롤라인 공주의 딸인 샬롯 카시라기, 작가 제프 쿤스 등등. 기념 공연은 영국 팝스타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맡았다.
8,547㎡의 거대한 전시 공간을 자랑하는 평행사변형 모양의 창고센터는 한때 버스 차고로 사용됐지만, 러시아 구성주의 특유의 유토피아적 스타일을 자랑하는 묘한 건물이다.
1926년 구성주의자 콘스탄틴 멜니코프가 디자인한 이 창고는 전시 공간으로 전용되기 전에도 건축 애호가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근대 문화재였다고 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일리야 카바코프와 에밀리야 카바코프 부부의 회고전을 첫 전시로 준비한 주코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모스크바에 이런 컨템포러리 미술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창고센터의 개관이 즉흥적인 일이 아님을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주코바가 혼자 계획한 것은 아니다. 늘 뒤에서 조언을 하는 인물은 미술계의 전설적 화상 래리 가고시안이다.
주코바는 미술품 컬렉션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당분간은 작품을 수집할 계획이 없고, 창고센터에서는 커미션 작업만 선보일 예정"이라고 답하고 있지만, 미술계 인사들은 그 말을 곧이 믿지 않는 눈치다.
최근 아브라모비치가 경매에서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시앙 프로이트의 작품을 고가에 구매했는데, 여자 친구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는 풍문이 돌았기 때문. 많은 이들은 런던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사는 주코바가 런던올림픽 이전에 작품 수집을 본격화하고 정식 미술관을 개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