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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노벨과학대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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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노벨과학대전 13:0

입력
2008.10.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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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야구나 축구 경기의 대전 결과가 아니다. 지난 60년간 일본과 한국이 배출한 노벨과학상 수상자 수의 스코어 카드이다. 올해 노벨과학상 4명을 한꺼번에 배출하는 '대박'을 터뜨린 일본 열도는 노벨잔치로 떠들썩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세계적 잔치에 초대 받지 못하고, 부러움 속에 씁쓸한 노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기초과학 선진국 일본의 가공할 만한 저력이 놀랍기만 하다. 1949년 패전의 고통 속에서 연필과 종이로만 일구어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의 노벨물리학상 첫 수상은 일본 국민의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이후 과학자들의 열정과 정부의 지속적 지원에 힘입어 일본은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후학교육이라는 선순환의 노벨 전통을 이어갔다.

일본은 다수의 노벨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2050년까지 무려 30명의 수상자를 더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기초과학 저력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가 뒷받침하고 있다. 1917년에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벤치 마킹한 이화학연구소(RIKEN)가 설립된 후, 일본은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세계적 명성의 연구소들을 설립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중 유카와연구소와 고에너지연구소에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 정부는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초과학 관련 기관을 꾸준하게 육성해왔고, 두터운 노벨급 과학자군을 보유하고 있다. 60년 전통인 일본의 노벨 가을잔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부끄럽게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 더 암울한 사실은 이대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주로 단기 성과와 돈이 되는 연구를 위주로 하고 있다. 중ㆍ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요구하는 기초과학의 힘은 제대로 발휘되기 힘든 것이다.

현장의 과학자들은 양적 성과에 치우친 평가와 승진에 민감하고, 목적지향적 연구비를 따라 유행에 쏠리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는 글로벌시대에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자의 성장과 활약에 꼭 필요한 독립적이고도 안정된 연구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은 모방과 주입식 교육 속에서 창의성이 시들고 있고, 우수 학생들은 보수가 높고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풍조 속에서 꿈을 잃고 이공계를 떠나고 있다.

13:0-만약 한일 야구나 축구 경기의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인터넷이 관련 글로 도배되고, 일부 성난 팬은 거리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이번 한일 노벨과학대전의 참담한 패배가 조그만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매번 노벨 시즌에만 반짝하던 정부와 국민의 관심 수준을 넘을 수 있을까?

기초과학은 노벨잔치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자 미래성장동력의 핵심 엔진이다. 우리가 진정 노벨의 전통을 만들어내고 선진 일류국가로 진입하려면 조급증을 버리고 보다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기초과학 육성 전략의 수립과 시스템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민 모두가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어 미래의 노벨급 과학자가 숨쉬고,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이 창출되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에도 초대 받지 못한 노벨잔치. 지금이라도 기초과학 중흥에 대한 국가지도자의 비전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창의와 글로벌의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노벨과학대전에서의 승리로 오랜 숙원인 '품격 있는 노벨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기를 꿈꾸어 본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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