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에게 진짜로, 그것도 일방적으로 지는 놀이가 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깃발이 나오고 국명이 함께 적힌 그림판이 있다. 아이는 그걸 두어 달 착실히 갖고 놀았다. 그러던 중 국기 카드를 구입했다. 앞면에는 국기가 나오고 뒷면에는 그 나라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지도가 나왔다.
앞면 국기를 보고 그 나라 이름 맞추는 놀이에서, 아이가 스무 나라 맞출 때 나는 겨우 한두 나라 맞추는 것이다. 아내가 그 국가의 수도를 함께 말해주면, 내가 조금 더 맞출 수 있었지만, 아이의 일방적 우세는 변함없다. 삼십 년 넘게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지식을 쌓아왔건만, 국기에 대해서만큼은 두 달 외운 아이만도 못한 거였다. '마법천자문'의 대성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이 그림(시각 이미지)을 매개로 솜뭉치처럼 흡수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때로는 어른보다 낫다! 물론 아이는 그림과 그 그림의 지시어만 알고 의미는 모른다. 국기를 보고 나라 이름을 댈 수는 있으나,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대해서는 아무리 설명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 불가능이다. 그래서 아이가 국기(이미지)를 외운 것은 대견하지만, 컴퓨터게임 하는 것을 보면, 의미에는 무감각한 채, 그저 폭력적인 이미지만 흡수하는 것 같아 큰 걱정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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