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군대로 보낸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는 끔찍한 경험을 한 부모들입니다. 여기서 조사를 멈춘다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이해동 위원장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2006년 1월 1일 설립된 군의문사위는 특별법 규정에 의해 올해 말로 활동이 끝난다. "아직 접수된 사건의 절반 정도밖에 처리를 못했어요. 나머지 부모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맺힌 한을 풀어주고 위로해줘야 합니다."
군의문사위는 출범 이후 1년 간 총 600건의 진정을 접수했다. 당초 예상했던 건수가 250~300건이었으니, 그에 맞춰 조직을 꾸린 군의문사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지금까지 총 295건을 종결 처리했고, 305건이 남았다. 연말까지 애를 쓴다 해도 40% 가량의 사건은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활동 연장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3명의 의원은 7일 군의문사위의 활동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법안(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유가족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이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군의문사위의 활동을 연말로 끝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결하지 못한 사건들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넘겨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아주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실화해위와 군의문사위는 조사 대상이 현격히 다르고, 이에 따라 조사 기법 또한 크게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만일 군의문사위가 활동을 더 한다 해도 위원장은 다른 분이 맡으셔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동안 군의문사위는 종결 처리한 295건 중 95건을 진상규명했다. 진상규명은 사망 원인을 규명(81건)하거나, 사망 종류를 변경(14건)한 것을 뜻한다.
사고사ㆍ병사로 처리된 사건이 타살로 밝혀지거나, 개인의 문제로 처리됐던 많은 자살 사건이 구타와 가혹행위 등에 따른 직무관련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회는 또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끌어내 자살자라도 순직으로 인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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