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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의 삶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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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의 삶과 문학…

입력
2008.10.1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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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8)는 수년간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혀 온, 프랑스 당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40년 세계적 휴양지인 니스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으나 영국이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을 식민지화하려는 데 반감을 가지고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1963년 첫 소설 <조서> 가 프랑스의 대표적 문학상인 르노도 상을 수상함으로써 화려하게 데뷔한 그의 초기작은 누보르망 계열의 실험소설들이었다.

<조서> 이후 발표된 <열병> (1965) <홍수> (1966) 등 일련의 작품에서 그는 물질화되고 기능화된 현대 도시문명의 공격적 현실 앞에서 인간의 자리와 삶의 의미에 대해 전면적인 회의를 던졌다.

이처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론적 탐색을 시도한 르 클레지오의 초기 문학은 1960년대 후반 멕시코, 파나마 여행을 계기로 새로운 궤적을 그린다. 그는 그곳 인디언들과의 만남에서 서구문명이 찾고자 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자연과 어우러진 삶, 존재의 모델을 발견한다.

1970년을 전후해 잇달아 발표한 <사랑의 대지> (1967) <도피의 서> (1969) <전쟁> (1970) 등에서는 초기작에 드리워져 있던 불안과 냉소, 두려움의 요소가 걷히고 안정이 깃들기 시작한다. <거인들> (1973)은 그의 어두운 시기의 종지부를 찍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라틴아메리카와 함께 또다른 그의 중요한 문학적 모티프는 아프리카다. 그는 20년 이상 아프리카에서 의사 생활을 한 부친과 함께 보낸 유년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2004년 그의 상상세계가 아프리카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 <아프리카인> 을 발표했다.

작고한 아버지에 대한 회고 형식인 이 소설에서 그는 서구 과학기술과 물질주의의 허영에 대한 불신, 권위주의에 대한 반항, 식민주의자들의 부당한 차별과 위선과 무책임에 대한 분노, 아프리카에서의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서구국가들의 정치적 술수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조서> 등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들을 국내에 소개해온 소설가 최수철씨는 "그는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하는 작가"라며 "그러나 변함없이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힘은 문체 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타나는 서정성"이라고 평가했다.

홍상희 경성대 프랑스지역학과 교수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어린 시절의 행복, 사회적 관습 속으로의 전락,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면모, 도피의 욕구 등을 다루고 있다"며 "그는 현대 기술ㆍ도시문명의 외양을 꿰뚫어보는 몽상가이자 새로운 신화적 작가"라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수상 소식을 접한 직후 스웨덴 공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감동받았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 진심으로 노벨 아카데미에 감사한다"는 일성을 밝혔다.

■ 작년 이어 유럽작가 선택/ 올해도 '순수'에 손 들어줘

노벨문학상은 올해도 유럽 순수 예술가의 손을 들어줬다.

1980년대 이후 비유럽 작가의 이름을 주로 호명했던 스웨덴 한림원은 9일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2005년 해롤드 핀터, 2007년 도리스 레싱(이상 영국)에 이어 다시 유럽의 정통 예술가다. 문학계는 이를 '순수'를 지향하는 노벨위원회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불문학자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작가들에게 고루 상을 나눠줬던 노벨위원회가 예술적 업적이 확실한 유럽의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노벨상이 비영미권, 비유럽권이라는 강박감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예술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가인 이인성 전 서울대 교수도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말랑말랑한 문학 작품만 읽히는데, 노벨위원회가 순수 문학가들에게 연거푸 상을 수여함으로써 진정한 문학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수상의 의미를 분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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