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원칙의 무게가 퍽 가벼운 곳이 정치권이다. 10월29일 실시되는 울산 울주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에 한나라당이 공천자를 내놓기로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시 드는 생각이다.
1년6개월 전이다. 정권교체 꿈에 부풀어있던 한나라당에 4ㆍ25재보선 참패라는 위기가 찾아든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닷새 뒤 당시 강재섭 대표는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돈 공천 의혹 등 부정부패와 단절하겠다며 쇄신안을 내놓는다. 그 쇄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직이 비리를 저질러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면 한나라당은 그 지역 공천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약속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후 두 번의 재보선에서 이 약속은 지켜졌고 한나라당의 원칙으로 자리잡는 듯 싶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출신 군수의 비리 때문에 실시되는 이번 울주군 재보선에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기로 했다. 약속을 깬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논리를 들이댔다.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집권 여당이 재보선에 후보를 안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한 핵심당직자의 토로는 차라리 솔직하다. "이 원칙을 지키자면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공천을 안 할 건가. 당초 무리한 약속이었다."
누가 공천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안 하겠다고 해놓고 이제와 깨겠다니…최소한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는 데 대해 미안하고 부끄러운 표정 정도는 지어야 하지않을까. 그런데 사과는 고사하고 이런 변명을 한다. "충남 연기군은 자유선진당 출신 군수의 비리 때문에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데 선진당에선 공천을 하더라."(박희태 대표)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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