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25ㆍ여)씨는 4월 다니던 제지회사를 그만두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이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취업했으나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표를 던졌다.
백씨는 "업무강도는 정규직과 똑같은데도 낮은 임금 등 열악한 처우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 탓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용안정성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한 지 1년도 안돼 퇴사하는 직장인이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2005년 고용보험에 가입한 취업자 380만6,668명을 대상으로 올해 6월 말까지 고용유지율을 분석한 결과, 1년 내에 회사를 그만둔 경우가 201만7,534명으로 전체의 53.1%를 차지했다. 고용유지율은 특정기간 동안 한 직장에 근속한 취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1년 이상 2년 미만 고용유지율은 16.9%, 2~3년은 18.3%로 나타났으며, 3년 이상 한 직장에 근속한 경우는 11.7%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 청년ㆍ고령층, 저학력자 등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일수록 조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비중이 높았다. 여성은 1년 미만 고용유지율이 55.4%로 남성(51.3%)보다 높은 반면, 3년 이상 유지율(10%)은 남성(12.9%)보다 낮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15~29세)은 1년 이내에 퇴사한 경우가 60%에 달해, 젊은 구직자들의 직장 갈아타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의 3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7.8%로, 중ㆍ장년층(30~55세) 14.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편 2005년 고용보험 취득자 중 올 6월 말까지 한 번이라도 일자리를 그만 둔 경험이 있는 취업자는 296만5,035명으로 전체의 77.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더 나은 근로환경을 찾아 사표를 쓴 자발적 퇴사자가 65%로 계약만료 등 비자발적 퇴사자보다 많았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 심화하면서 고용 유연성을 촉진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정보원 이시균 부연구위원은 "낮은 고용안정성은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계층간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고용지원서비스 정책이 마련돼야 구조적인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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