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동성애 등 선거 때마다 미국 민주, 공화 양당의 이념 지형도를 뚜렷하게 했던 '문화코드'가 올해 대선에 갖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극단적 보수주의 색채를 드러내는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등장으로 한때 '문화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그 파급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낙태, 동성애, 정부의 크기 등 전통적인 의제에 대한 인식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문화전쟁의 변화 또는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8일 전했다. 이는 올해 대선이 뚜렷한 세대 간 가치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젊은 유권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기성세대의 고착화한 '이념의 분리'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희미해지면서 선거 의제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 삶의 신앙(Faith in Public Life)'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젊은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동성결혼을 대부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복음주의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과 판이하다. 낙태에서도 주류 기독교 계층이나 가톨릭, 무종교 층에 관계없이 미국 유권자의 절반 이상(53%)이 "정치 지도자들이 낙태 문제에 대한 중간지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자신을 보수주의적이라고 보는 젊은 복음주의자들도 65%에서 49%로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도 변화를 주창하지만, 오바마의 변화가 이념의 테두리에서 보다 자유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적 종교 연구(Public Religion Research)'의 로버트 존스 회장은 "종교인을 포함한 젊은 유권자는 더 이상 문화전쟁 세대가 아니다"라며 "이들이 구세대의 분리와 단절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념에서 자유로운 젊은 유권자의 등장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두 후보가 사활을 걸고 싸우는 플로리다이다. 스윙주 중에서 선거인단이 27명으로 가장 많은 플로리다는 30세 이하 젊은층이 대거 투표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90년 이후 출생자가 65세 이상 노인층을 수적으로 앞섰다. 이로 인해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의 손을 들었던 플로리다는 지금 오바마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새로 유권자 명부에 등록한 45만명 중 민주당 유권자가 25만 2,000명으로 공화당의 10만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신규 유권자 대다수가 30세 이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라크전쟁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연안시추 등도 중요한 문제이다. 플로리다대학 3학년 학생 브라이언 그리핀(20)은 정치무관심이 줄어들고 있다우리가 깨어나서 뭔가 다르게 만들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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