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와 로맨틱 코미디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 보였다. 적어도 인터뷰 전까지는.
직접 쓰고 연출한 '삼등병'(2006)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2007) 등으로 단숨에 대학로의 주목받는 연출가로 떠오른 성기웅(34)씨.
최근 막을 내린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등 근대나 과학이라는 이성적인 소재를 주로 무대에 올렸던 그가 이번에는 연애 얘기를 들고 나왔다. 그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70분간의 연애 2nd - 원나잇 스탠드'가 1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대학로 상상화이트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애요?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걸요. 현대인에게 연애 이상의 흥밋거리가 있나요. 그 동안 제게 '흔한 연애 얘기를 다루지 않아 좋다'는 평이 따라붙었던 게 사실이지만."
연극은 5년 동안 사귄 애인에게 버림받은 30대 여성이 친하게 지내온 대학 후배에게 원나잇 스탠드를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던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딱 요즘 연애 그만큼의 이야기죠. 요새는 육체적 관계로 시작해 정서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커플이 많으니까. 하지만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그저 적나라한 표현을 담았다기보다 사랑에서 비롯된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내용을 풀어가는 독특한 작품이 될 겁니다."
처음 시도하는 로맨틱 연극이지만 그의 전작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늘 도시의 삶에 시선을 고정시켜 왔던 그다.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이 1930년대 도시의 발전과 이를 목격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현대 도시 속 고립된 개인들의 사랑을 말하고 있죠."
2005년 초연 후 시리즈로 제작된 연극 '70분간의 연애'는 대중성이 강한, 가볍게 볼 수 있는 이른바 '데이트 연극'이었다. 주로 마니아 관객층의 지지를 받던 성씨가 이 타이틀을 달고 신작을 선보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기존 연극과 다른 실험적인 포맷에 관심이 많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연극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도록 말이죠." 따라서 치밀하게 계산됐던 극의 상황과 대사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의 작품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배우의 애드립도 등장한다.
성씨의 차기작은 소설가 이상(李箱)의 연인 권영희를 둘러싼 4각관계를 소재로 한 '깃븐우리절믄날'이다. 역시 연애 스토리다. "1930년대에 대한 관심은 계속 끌고 가면서 앞으로는 사랑도 많이 다루려고 해요. 언어의 해체와 파격적 연애의 결합이랄까, 외국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은 게 꿈이죠." 공연 문의 (02)744-7304
김소연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