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인 4명이 한꺼번에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상 수상자가 16명에 이른 것도 그렇지만, 기초과학분야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것이 무엇보다 부럽다. 근대 이래 서구 과학기술문명을 꾸준히 따라잡아 온 일본의 역사로 보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기술로는 일본에 그리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면서도 아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우리가 결코 무덤덤할 수 없다.
일본의 기초과학이 세계적 수준에 오른 데는 국가차원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1992년 이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R&D) 투자가 2%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고, 5년 단위 과학기술기본계획으로 기반을 다져왔다. 2050년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30명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이 허장성세로 들리지 않는다.
과학기술 분야의 저변도 넓다. 이미 20여 년 전에 세계 정상에 올라선 제조업 기술을 수많은 중소기업이 떠받치고 있고, 산학협력의 그물도 빈틈이 없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4명 모두 나고야와 나가사키 등 지방대학 출신이다.
이에 비해 우리 기초과학 기반은 너무 빈약하다.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9조5,745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증가했지만 기초연구 비율은 25.4%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출연 기초과학 연구기관 종사자의 47%가 비정규직이고, 이 가운데 74%가 연구원이라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조사는 충격적이다. 다른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해도 쉽지 않은 기초과학의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도 시장성 있는 기술과 직결되는 응용연구에 집중돼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총체적 반성 없이 '노벨상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노벨상 수상 자체가 국가 목표일 수는 없다. 다만 노벨상은 기초과학 수준을 상징하고, 기초과학은 산업분야 원천기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식량'을 위한 투자에 정부나 기업이 더욱 미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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