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심부름 중 하나가 '두부 한 모'를 사러 가는 것이었다. 두부는 온도변화에 민감하고 공기에 쉽게 노출되어 부패하기 쉬운 식품이라 식사 직전 구입해서 요리해야 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1984년 풀무원이 '포장두부'의 시대를 열면서 두부 심부름을 하는 아이들은 점점 사라졌다.
풀무원은 두부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규모로 생산ㆍ판매되던 점에 착안해 식품시장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풀무원은 당시 판두부가 가진 불편함과 비위생적인 면을 보완했다.
국내 최초로 급속냉각방식을 사용해 신선성을 유지하고, 생산된 두부가 실온노출 없이 냉장유통 창고에서 운반차량으로 곧바로 운반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한여름에도 영상 5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정에서 부업으로 만들어 팔았던 두부가 깨끗하고 오래 보관 할 수 있는 '포장두부'로 재탄생한 것이다.
포장두부 출시 당시에는 물봉지에 넣어 두부를 팔기 시작했는데, 봉지 구멍이 쉽게 뚫리고 모양이 흐트러지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이후 풀무원은 네모난 곽을 사용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아이디어를 채택, 국내 최대 두부생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여년 전 생활 속 불편을 덜기 위해 나온 작은 아이디어가 풀무원을 독보적인 식품제조업체로 키워낸 것이다.
꾸준히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고있는 풀무원은 지난해 포장두부 1억338만모를 생산해 1,25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우리 국민 1,000만 가구가 연간 10모씩 먹는 양에 해당된다. 올해에는 1억2,000만모 이상을 생산, 1,450억 매출액을 예상하는 풀무원은 현재 국내 포장두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풀무원 정종욱 두부 마케팅팀 매니저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판두부를 포장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용도별 두부 출시에 이르기까지 두부 시장의 잠재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고 "앞으로도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부 시장의 규모는 연간 4,5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포장두부는 2,300억원을 차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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