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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리 인하/ 지옥서 천당으로 '춤추는 환율'…정부 개입에 다소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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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리 인하/ 지옥서 천당으로 '춤추는 환율'…정부 개입에 다소 진정

입력
2008.10.1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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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마치 하룻동안 달나라에 갔다 돌아 온 로켓과도 같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유례없는 기준금리 동시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장 초 1,500원 근처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당국의 대대적 개입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관련 발언 등에 반전하며 하락세로 돌아서, 오히려 전날보다 15.5원 내린 1,379.5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등락폭은 무려 113원에 달했다.

오전 9시

시작은 로켓 발사와 같은 폭등이었다. 밤 사이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하 공조가 있었으나 뉴욕 및 유럽 증시가 모두 하락하고 하루짜리 달러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가 전날보다 1.44%포인트 치솟은 5.38%로 마감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상승한 1,400원으로 개장, 1998년 6월 17일 1,420원 이후 10년 4개월 만에 1,400원대에 올라섰다. 여기에 해외 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권의 환 헤지 청산 매물이 등장하면서 환율은 상승폭을 빠르게 확대, 개장 30여분 만에 이날 최고가인 1,485원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시작됐다. 1,500원까지 가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강력한 개입이 등장하자 그동안 달러를 꽉 끌어안고 있던 수출업체들도 달러를 내놓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시작과 함께 1,440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오전 11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3년 11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한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하락 분위기로 바뀌었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도 동시에 이뤄진 가운데 특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환율이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태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면서 "올 4분기 경상수지가 월별 흑자로 돌아서 원화 약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딜러는 "경상수지는 한국은행 통계가 가장 정확하지 않느냐"며 "한은 총재의 말을 시장에서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날 선진국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상승한 것도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은 "9월 이후 세계 증시가 폭락했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이미 상반기와 여름 사이에 엄청나게 떨어져서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다 대부분 하락 전환한 것과 달리 국내 증시가 유독 견조한 모습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당국의 추가 개입과 함께 환율은 하락 추세로 완전히 전환, 전날보다 더 떨어진 채 마감했다.

개입 규모 비해 효과 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 규모를 14~16억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이중 오전 장에 10억달러 정도를 쏟아 부었는데, 이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 심리가 한 쪽으로 쏠리면서 개입의 효과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환율 폭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이날도 전체 거래량이 56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점이 개입의 효과를 키웠다.

이날 개입과 관련, 전문가들은 폭등세를 진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효과의 지속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오늘 한숨 돌린 것은 맞지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면서 "하루짜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며칠 새 폭등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심리를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개입이 무한정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근본적인 원인인 글로벌 신용경색이 진정돼야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도 "금리인하 공조와 기타 조치들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글로벌 자금경색이 진정 기미를 보여야 환율도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등 후 폭락 가능성 있나

그러나 구제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인다 해도 이미 환율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는 만큼 1,000원대까지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BIS 기준 1,100원을 균형환율로 보고 있다"며 "폭등이 있었으니까 폭락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 전환'은 수급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대로 경상수지가 4분기 흑자 전환하더라도 지표상 달러 수급과 실제 달러 수급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조선업체들의 선박 인도가 올해 말~2010년 사이 몰려 있어 경상수지는 크게 개선되겠지만, 대부분 조선업체들이 환 헤지를 위해 선물환으로 이미 달러를 팔아버린 상태라 향후 수입은 원화로 이루어진다"면서 "이 경우 데이터 상으로는 국내에 달러가 들어오지만 실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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