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을 추지도 못하고 춤을 출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
무용극을 전혀 몰랐던 중국의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겠지만, 거장의 이름이 걸린 사실만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치는 높기만 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ㆍ폐막식을 총지휘한 이후 중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힌 장이머우가 연출한 중국 국립발레단의 무용극 '홍등'이 온다.
17~1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를 시작으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21, 22일), 고양아람누리(24,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27일), 국립극장(29, 30일)에서 모두 10차례 공연된다.
중국 국립발레단의 의뢰로 장이머우가 대본과 연출을 맡아 2001년 초연한 발레극 '홍등'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왕신펭이 안무를, 중국의 국민 작곡가 첸치강이 음악을 맡은 거장들의 산물이다.
의상은 프랑스 디자이너 제롬 카플랑이 담당했으며, 중국 고유의 민속 악기를 포함한 70여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무용수와 경극 배우 등 72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대작이다.
하지만 역시 이 공연의 열쇠는 원작이 된 장이머우의 1991년 작 동명 영화에 있다. 영화는 1930년대 중국 북부 지방을 배경으로 대학을 반년간 다니다 부잣집에 첩으로 팔려 간 송련의 삶을 그린다.
19세 처녀가 부잣집의 넷째 부인으로 팔려가 겪는 안타까운 일상은 가부장적 봉건제도의 비극성으로 연결된다.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수작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본 내용 3막으로 구성된 발레극 '홍등'의 장점은 이해하기 쉬운 흐름이다. 장이머우는 "나는 발레에 관한 한 초보자이기에 종종 파드되(2인무)가 얼마나 졸린 것인지 기억하고 있다.
이 극은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보통 관객의 감각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등'은 그 자체로 무대화에 어울리는 선명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영화였지만 장이머우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사가 없는 발레의 특성상 스토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는 원작을 약간 각색했다.
영화에서 4명이었던 부인은 3명으로 줄었고, 첩들 사이의 암투보다는 남편과 부인들의 갈등을 강조했다. 또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경극 공연은 발레극에 중국적 색채를 덧입히는 역할 뿐 아니라 갈등을 명확하게 하는 몫을 한다. 원작에 없던 남자 경극 배우를 등장시켜 주인공의 첫사랑이자 불륜 상대로 설정한 것이다.
중국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한 고전 발레의 우아함은 물론, 경극과 마작 장면으로 대표되는 연극적인 요소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무대 전면에 걸린 홍등은 뛰어난 색채감과 함께 영화 '홍등'을 추억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공연 전에 영화 '홍등'을 다시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좋겠다. 동일한 콘텐츠를 서로 다른 예술 양식에 따라 달리 구성하고자 애쓴 거장의 노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공연 문의 (02)589-1002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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