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짊어진 가장 시급한 숙제는 바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당을 추슬러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일이었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취임 100일을 나흘 앞둔 그의 성적표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먼저 특유의 안정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과도기에 있던 당체제 정비를 잡음 없이 끝냈다. 구여권의 분열구도도 정세균 체제에서는 미약해졌다는 평가다.
대여관계에서도 비록 한나라당의 자충수에 힘입은 바 있지만 국회개원 협상, 가축법 개정안 및 추경예산안 처리 등 초반부엔 거대 여당에 맞서 할 말은 하며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는 "정부 여당이 하도 사고를 많이 치니 거기에 대응하는 것만으로 벅찰 정도"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소수야당의 한계를 걱정하던 당내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고, 이는 다시 그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민주당이 9일 정쟁중단 선언을 위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여야대표회담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도 종부세, YTN사태, 최진실법 논란 등 이슈 대응에서 여당에 밀릴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당내 인사들은 정세균 체제에 대한 평가를 뒤로 미루고 싶어한다. "야당으로서 맞는 첫번째 정기국회는 끝나야 하지 않겠나" "지금 정세균 체제를 흔들어서 좋을 게 없다"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는 역으로 보면 그가 야당의 수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놓고도 "뭘 더 협력한다는 말인가"(최문순 의원) "대통령의 들러리만 서 준 기형적 회동"(이종걸 의원) 등 역풍이 불었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던 당내 여러 세력들도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여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당의 지지도는 그에게 가장 큰 딜레마다. 하지만 역으로 '뉴민주당'이란 기치에 걸맞은 내용을 채워 넣어 등을 돌린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해야 당은 물론, 당내에서 그의 입지도 활로가 열린다.
정 대표 측 핵심인사는 "견제야당과 대안야당의 균형을 맞춰가며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수권야당으로 인정받아야 정치인 정세균의 미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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