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과는) 상황이 바뀌었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던진 한마디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일관성이 중요한 통화정책 방향을 불과 2달 만에 반대(8월 금리인상)로 뒤집고, 4년 가까이 이어온 금리정책 우선순위를 '물가'에서 '경기'로 바꿀 만큼 지금의 위기상황은 급박하다는 얘기다.
왜 내렸나
이날 금리인하는 '전격적'이다. 전날까지도 금융통화위원회의 전반적 공감대는 동결 쪽에 가까웠다. 금리인하가 초급등세의 환율이나 차익거래를 하는 외국인투자자의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적인 이벤트가 전날밤 벌어졌다. 미국 등 7개국의 공동 금리인하로, 한은이 우려하던 조건 자체에 큰 변화가 온 것이다.
결국 금통위원들은 이날 오전 정례회의에서 다시 의견조율을 시작했고 평소보다 2배 이상 긴 2시간의 격론 끝에 인하결정을 내렸다. 이 총재는 "주요국들의 금리 동향은 금통위의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상황의 심각성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실물경기로 옮겨 붙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문구 역시 ▦지난달 '(경기는 둔화 움직임을) 지속하고…'에서 이달엔 '뚜렷해지고…'로 바뀌었고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표현도 '향후 성장 하향리스크가 높아졌다'로 변했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은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아래로 몇 분기간 떨어질 수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금통위는 이날 인하결정이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목적까지 분명히 했다.
더 내리나
이 총재가 "물가보다 경기쪽으로 한은과 금통위의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태다. 이 총재는 "(금리변동은) 한번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는 표현까지 썼다.
다만, 추가인하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극도의 불안세를 보이는 환율이 우선 안정돼야 한다. 환율이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수입물가부담 등으로 금리를 건드리기 쉽지 않다.
유가와 경상수지안정도 중요변수다. 이 총재는 "경상 적자가 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 "유가도 예전처럼 폭등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이 다시 준동하면 물가압력은 언제든 배가될 수 있다.
다만,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더 낮춘다면 한은의 추가인하여력은 좀 더 커질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주요국의 움직임과 환율 안정 수준에 따라 향후 수차례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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