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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 9일 562돌 한글날, 옷 입고, 춤추고… '스물 넉자' 펄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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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 9일 562돌 한글날, 옷 입고, 춤추고… '스물 넉자' 펄펄 납니다

입력
2008.10.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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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미국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이숙재는 교수로부터 "각 나라의 문화를 춤으로 표현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워낙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많았고, 그래서 더욱 지기 싫었던 유학도는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교수가 "자네 나라의 고유한 문화유산은 금속활자와 한글 밖에 없잖은가. 다른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과 흡사해서…"라는 말을 들었다.

교수의 오해가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우리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제로 한판 춤을 만들었고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온 이숙재 한양대 교수는 1991년 '홀소리 닿소리'라는 제목으로 한글 춤을 선보일 때만 해도 한글관련 단체의 어르신들에게 "어디 감히 한글을…"이라는 꾸중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도 해주지 않는 지원을 그 어른들에게서 받고 있다. 단지 글자로만 인식되던 한글이 차츰 문화와 생활의 소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유럽에서 한글 디자인 패션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고 있는 이상봉씨는 자신의 디자인 상품이 좀더 생활 깊숙이 파고 드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휴대폰, 침구, 주방용품, 담배, 속옷, 아파트 벽지에까지 한글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같은 종류의 제품보다 20%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지만 30대 젊은 구매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나 한글은 불쾌하오. 나를 박제화 하려는 어떤 만남도 불쾌하오"라며 '날개'에 뜻을 얹어 7일부터 아트센터나비에서 전시를 시작한 '이상한글'에서도 영화, 무용, 판소리, 비디오아트 등 영역에 한계를 긋지 않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다.

거리 한구석의 작은 간판에서, 티셔츠 가슴에 새겨진 문구에서, 때묻은 신발 뒤꿈치에서도 색동옷을 입은 한글들이 활개를 펴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밤을 지새며 애쓴 결과다.

무심코 보내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한 획에도 한글 전문가들의 혼이 깃든 덕이다. 아직도 공휴일 채택여부로 시끄러운 한글날, 한글에 매진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만 전하기 미안한 날이다.

원유헌 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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