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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짓누르는 고환율/ 중국 주재원 월급 3분의1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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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짓누르는 고환율/ 중국 주재원 월급 3분의1 '싹둑'

입력
2008.10.0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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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본사를 둔 한 중소기업의 중국 주재원인 A씨는 일주일 넘게 본사로부터 체재비를 송금받지 못해 급히 이웃들에게서 생활비를 꾸어야 했다. A씨는 "본사가 매일 치솟는 위안화 환율에 경악하면서 '내일은 좀 환율이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송금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베이징(北京) 교민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불과 1년 전 1위안에 130원하던 위안화가 8일 현재 217원을 주어야 1위안을 매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 위안화 절상으로 주재원과 유학생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이들은 중국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폭등의 직격탄은 우선 서울로부터 월급과 현지 생활 보조금 등을 지급받는 주재원들을 향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인 B기업은 베이징 주재원들의 현지 생활 보조금을 2,000달러에서 500달러로 삭감했다. 대신 주재원 자녀들의 학비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불만을 달랬다.

원화를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월급이 3분의 1 정도 깎였다. 일부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재원들의 경우 월급 자체가 깎이지 않을까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2년째 중국 생활을 하는 주재원 B씨는 "자녀 둘을 국제학교에 보내왔으나 학비부담 때문에 아내와 자녀를 서울로 돌려보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유학생의 고생도 심하다. 우리은행 베이징 왕징(望京)지점 등 한국계 은행에는 신용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유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양재복 우리은행 왕징지점장은 "1달에 100만원을 송금 받는 유학생들의 경우 1년 전에는 7,000위안 정도 손에 쥐었지만 이제는 5,000위안도 못받기 때문에 씀씀이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환율 고통을 견디다 못한 일부 어학 연수자들은 조기 귀국을 검토하고 있다.

교민들의 어려움은 자영업자가 주축인 베이징 교민사회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40~50위안짜리 설렁탕 값이 한화로 1만원을 넘다 보니 교민들이 외식을 줄이면서 음식점 등 자영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주부 C씨는 "1주일에 한번 꼴인 외식을 2주일의 한번으로 줄였다"며 "베이징 물가는 이제 서울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어서 허리띠를 졸라 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위안화와 달러를 갖고 있는 부유층 교민들은 외환을 서울로 송금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 왕징지점의 경우 한국으로 송금하는 고객이 예전에는 하루 평균 1~2명이었으나 최근에는 7~8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들의 1회 송금액도 10만위안 등으로 상당한 뭉칫돈이다.

김희철 주중 한국 교민회장은 "불과 1달 사이에 벌어진 환율 폭등으로 교민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폐업이나 사업 철수 등을 결정할 정도는 아직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교민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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