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인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일본을 국빈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두 손을 맞잡고 '신한일관계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오부치 총리는 역대 일본 총리들이 꺼려하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했고, 김 대통령은 과거청산과 미래지향의 신시대를 선언하며 일본문화 개방을 단행했다. 양국 정상이 국내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었다.
그 후 10년. 김 전 대통령은 8일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주최로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신한일관계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오부치 전 총리의 딸 유코(優子) 의원과 만날 예정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보름 여 앞두고 오부치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급거 일본을 찾았고, 재임 시 유코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마침 방한 중인 오부치 전 총리의 부인 치즈코(千鶴子) 여사를 7일 동교동 자택으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에 저출산대책장관으로 입각한 유코 의원이 이날 의회 예결위에 참석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아쉽게 무산됐다.
대신 유코 의원은 미리 보내온 연설문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써 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휘호를 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좌우명으로 삼았다"며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서로 협력하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오부치 전 총리 서거 후 일본 내에서의 역사왜곡 언동은 양국관계를 다시 역행시키는 조짐을 보여 왔다"며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오부치 전 총리의 정신과 용단을 헛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극우파인 아소 총리를 겨냥, "70년대 초반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을 만나 미중관계를 해결했듯 아소 총리도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이 보유한 핵은 미국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감 수준"이라며 "북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 6자회담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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