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배영수(27)를 준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선 감독은 "오늘 승부의 관건은 배영수다. 5, 6회까지 리드를 지켜준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영수는 지난해 팔꿈치 인대수술로 1년을 재활에 매달린 뒤 올시즌 복귀했지만 9승8패, 평균자책점 4.55에 그쳤다. 현저하게 떨어진 직구 스피드는 본인 스스로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간신히 턱걸이한 가을 잔치의 첫 관문에서 선 감독은 주저 없이 배영수를 찾았다.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비공인 10이닝 노히트노런을, 2006년에는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던 '포스트시즌 특급'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배영수는 2년 만에 선 포스트시즌에서 '가을 사나이'의 진가를 확인했다. 단기전의 흐름을 가르는 1차전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다. 배영수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70개의 공으로 효과적인 투구를 했고, 20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4사구에 탈삼진 2개를 곁들였다.
불 같은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노련미와 기교, 풍부한 경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투구였다. 2회 선취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한 배영수는 팀 타선이 폭발해 역전에 성공한 3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특히 한층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더의 위력 앞에 팀 타율 1위(0.282)의 롯데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배영수는 9-1로 사실상 승부가 끝난 5회 처음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 2점을 더 내줬지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안지만에게 넘겼다. 반면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야심차게 1선발로 뽑아든 롯데 송승준은 2와3분의2이닝 만에 7피안타 3볼넷으로 6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0-1로 뒤진 3회 톱타자 박한이의 중월 2루타를 시작으로 12명의 타자가 나와 안타 6개와 볼넷 3개를 묶어 대거 7득점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다.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한 팀 최다인 19안타를 몰아치며 12-3으로 역전승을 거둔 삼성은 8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5타수 4안타 3타점을 때린 삼성 박석민은 경기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두 팀이 때린 28안타(롯데 9개)는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안타 신기록이다.
준플레이오프가 도입된 89년 이후 1차전 승리팀은 17차례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손민한(롯데)과 에니스(삼성)를 각각 선발로 예고한 두 팀은 9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부산=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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