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포천지는 최근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우간다 같은 빈곤국가에 고효율 스토브 보급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열대 아프리카에 스토브라니. 사연은 이렇다. 가난 때문에 주로 나무를 때 요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숯을 쓰는 스토브를 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다음, 줄인 만큼의 배출권리를 선진국에 팔겠다는 것.
JP모건은 이 프로젝트로 연간 2억~4억5,000만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는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도 동참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2. 글로벌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에도 영국 런던의 유럽기후거래소(ECX)는 불황과 거리가 멀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80%, 연간 50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더구나 거래량은 매년 2배 이상 급성장세. 탄소시장의 화폐 격인 이산화탄소 저감권(CER)이 언젠가는 달러화 같은 지위에 오를 것이란 업계의 기대도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금융권에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이라는 인류 절체절명의 과제가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금융에도 막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탄소거래시장. 1997년 교토의정서가 각국에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지우면서 생겨났다.
최근 몇 년 새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놀랍다. 탄소배출권이 금융투자상품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3년 남짓이지만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는 무려 600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은행 ABN 암로는 2020년께 탄소시장이 주요 상품시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교토의정서에 미온적이던 미국이 적극 동참할 경우, 2020년에는 미국 시장 규모만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금융사들은 벌써 수년 전부터 공격적 투자를 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일찌감치 큰 틀의 환경관련 투자원칙을 세우고 그 동안 신재생에너지 분야, 탄소거래소 지분 등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사업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단순한 형태인 배출권 거래 중개뿐 아니라 관련 파생상품 설계, 환경 리스크를 평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공, 환경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에코펀드' 출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UBS는 2007년 '지구온난화 대응 관련주 펀드'를 출시해 1개월만에 6,000억원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아직은 유럽이 중심인 거래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해말 유럽 2위의 탄소배출권거래소였던 파워넥스트카본을 인수, 블루넥스트로 이름을 바꿨다.
향후 북미 및 아시아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해 총리 자문위원회가 도쿄증권거래소에 탄소배출권 설립을 권고했고 홍콩도 거래소 설립을 준비중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아직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국이 아니니 아직 배출권 거래시장이 없다. 지난해말 탄소펀드(한국사모 탄소특별자산 1호 투자회사)가 첫 선을 보였지만 6개월이 되도록 투자대상조차 찾지 못했을 정도다.
지난달 겨우 '한국탄소금융'이라는 첫 투자전문회사가 출범했지만 아직 글로벌 금융사에는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때문에 교토의정서 1차 이행기간(2008~2012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산업계에는 다행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관련 금융산업에는 '독'이었다는 후회까지 나올 정도다.
2013년 이후부터는 우리나라도 의무감축대상국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나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이정표를 잃은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지배하는 기존 금융영역 보다는,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이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구정한 박사는 "금융권이 거래 인프라를 마련해주지 못하면 모든 기업이 거액을 들여 탄소절감 시설을 짓는 국가적 낭비 사태도 올 수 있다"며 "금융사들은 서둘러 전문인력을 육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선박금융'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배를 만들어 팔아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사상 최고 호황이었다는 지난해 조선업계의 영업이익률은 대략 5~10% 사이. 1억달러 짜리 배를 만들어 팔고 500만~1,000만달러 정도를 손에 쥔 셈이다.
이 정도면 굉장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정작 더 큰 돈을 번 이는 따로 있었다. 선주들에게 구입비용을 대출해 준 외국계 금융사들이다.
이들은 보통 10~12년 만기로 연 6% 이자에 돈을 빌려주는데 1억달러를 빌려주면 단순 계산으로도 건당 수천만달러가 남는다. 수출보험공사는 BNP파리바, HSBC 등 외국계 금융사들이 1억달러 당 평균 3,700만달러의 이자를 챙기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쯤되면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에 조선강국 한국의 금융사는 거의 없다는 사실. 연간 80조원대의 선박금융 시장에서 1~5위는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 서구 금융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수출입은행이 홀로 분투중이다.
무엇보다 원인은 경험부족.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선주를 상대로 '안면 장사'를 해야하는데 국내 금융사는 이들의 신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대형 프로젝트를 치러본 경험도 모자라 쉽사리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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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금융' 급부상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넘치는 달러를 대부분 유럽 은행 금고에 보관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이자를 불로소득으로 보고 금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유가 상승과 두바이 등 중동의 개발 바람으로 들어온 투자금은 다르다. 샤리아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새로운 금융방법을 사용하는 이슬람 은행들이 상당 부분을 운용하면서, 이슬람 금융권에 투자된 총 자산이 1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슬람 금융기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이슬람식 채권인 '수크크(Sukuk)'다. 금리를 표시하지 않고 발행하지만 투자자들은 해당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공동 투자자가 되어 사후에 이익을 향유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미국 유럽보다 대출금리가 연 1.5%포인트쯤 낮고 초기 담보 설정이 필요 없어 해외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영국은 런던을 국제적 이슬람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인지세의 이중부과 폐지 등 세제개편 및 각종 제도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영국 정부는 2012년 개최되는 런던 하계올림픽 예산자금 일부를 이슬람채권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고, 3월 런던 중심부의 군용시설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도 카타르 부동산회사의 제안을 받고 이슬람 금융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에서도 이슬람 금융기법인 '무라바하' 방식으로 주택자금 융자를 실시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 영국의 HSBC와 스탠다드 차타드, 미국의 씨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들은 수익성이 일반 상품보다 높다는 점을 내세워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인에게도 적극적으로 이슬람 금융상품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이슬람 금융에 진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까지 이슬람 금융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약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자국을 아시아의 이슬람금융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본 개별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이슬람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크게 늘었으며, 일본 은행들도 이슬람금융 기법이 적용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슬람 금융에 대한 이해조차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이슬람 금융전문가와 자문계약을 맺고 수쿠크 발행을 위한 연구에 착수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행보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김진홍 차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슬람 금융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 금융회사의 관심이 요구된다"면서 "다만 주요국들이 이슬람 금융 본격 진출하는 데 10년 정도가 소요됐고 국내 무슬림 인구가 적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 직접적이고 빠른 진출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출 필요성 및 전략 등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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