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화학상은 생명과학 실험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실험도구를 제공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8일 일본인 시모무라 오사무(下村修ㆍ80) 미 보스턴대 교수와 미국인 마틴 챌피(61) 컬럼비아대 교수, 로저 첸(56) 캘리포니아대 교수 3명을 녹색형광단백질(GFP) 개발 공로로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GFP는 생물체 내에서 특정 단백질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져 기능을 하는지 또는 특정 세포가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한 표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것이 없었다면 현대 생물학의 많은 부분이 존재하기 어렵다. 가령 암 세포가 어떻게 전이되는지, 줄기세포를 뇌나 심장 등에 주입했을 때 제대로 성장하는지, 질병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발현되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할 때 연구자들은 GFP를 사용한다. 경상대 공일근 교수가 2007년 만들어낸 형광고양이도 형질 전환을 확인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형광단백질을 주입한 것이었다.
시모무라 교수는 1962년 해파리에서 처음 GFP를 분리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챌피 교수는 1980년대 GFP의 유전자를 타깃이 되는 단백질의 유전자에 결합시켜 표지로 쓰는 아이디어를 처음 개발했으며, 첸 교수는 GFP가 녹색 뿐 아니라 파란색, 청록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내도록 해 여러가지 단백질에 다양한 꼬리표를 붙이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GFP의 발견에는 극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전쟁으로 중단됐던 학업을 계속하러 1955년 나고야대에 들어간 시모무라는 지도교수로부터 "연체동물이 왜 빛이 나는지" 알아보라고 들었다. 미국 유수의 연구팀이 수년째 그 원인 단백질을 분리해내려 애쓰던 차여서 시모무라에게는 어려운 과제였음에도 그는 1년 뒤 임무를 완수했다. 논문이 발표되자 시모무라는 곧 미 프린스턴대에 스카우트됐고, 시모무라의 지도교수는 박사과정을 수료하지도 않은 시모무라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으며, 시모무라는 도미 후 해파리에서 GFP를 발견해냈다. 해양동물이 왜 빛을 내는가 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초 연구에 속한다. 아직도 해파리 같은 동물이 왜 빛을 내는지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신 이 연구는 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도구 기술로서 응용되는 성과를 낳은 것이다.
수상자 3명은 12월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1,000만 크로네(약 18억원)의 상금을 나눠 받게 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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