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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전신마취, 부풀려진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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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전신마취, 부풀려진 오해

입력
2008.10.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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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가 안전할까?', '전신마취로 머리가 나빠지지 않을까?', '수술 중 마취에서 깨면 어쩌지?'.

전신마취 수술 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마취과 전문의가 하지 않는 전신마취는 어린이 혼자 물가에 두는 것과 같다. 전신마취제는 호흡과 심장 기능을 억제하는데 개인마다 반응 정도가 달라 마취 깊이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간단한 검사나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했다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이는 마취 도중 호흡정지나 저혈압 등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마취과 전문의는 수련을 받으면서 3,000례 정도 마취를 경험하며 온갖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마취는 고통스러운 수술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전신마취제란 강력한 무기를 잘 다루는 마취과 전문의가 있을 때 우리 건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전신마취제가 머리를 나쁘게 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마취제가 뇌 기능을 억제했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뇌세포가 손상될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수술 후 한동안 몽롱함과 메스꺼움,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 그럴듯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 지능검사로 비교하면 전신마취가 지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간혹 수술 후 인지장애가 생겨 상당기간 지속되고, 치매가 악화되기도 하는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이다. 수술의 경중이나 개인 성격에 따라 심리ㆍ신체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지만 전신마취제 때문은 아니다.

수술 중 마취가 제대로 안 돼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데도 움직일 수는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이 문제를 영화에서 많이 다루면서 전신마취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듯하다.

보통 전신마취 중에는 인공호흡을 실시하면서 흡입마취제나 정맥마취제를 투여하는데 인공호흡을 쉽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수술이 잘 되도록 근육이완제를 투여한다.

이 약은 근육통을 풀기 위해 사용되는 근육이완제와 완전히 다른 약으로 '신경근차단제'라고 부르는 게 맞다. 이 약은 몸의 근육을 모두 이완시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한다.

마취 중 각성은 신경근차단제를 투여하고 어떤 원인으로든 흡입마취제나 정맥마취제를 투여하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다. 마취제 투여를 잊어 먹었거나 마취기계의 오작동, 잘못된 약 투여 등….

그러나 마취과 전문의는 환자의 다른 임상 증상을 토대로 마취 깊이를 판단하므로 이런 상황을 쉽게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폐포 내 흡입마취제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고 수면 깊이를 감시하는 장비로 인해 마취제 투여를 잊어먹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생기기 어렵다.

그러면 마취제를 투여해도 마취가 잘 안 되는 사람이 있을까? 애주가는 그럴 수 있다. 알코올을 만성적으로 마시면 뇌는 마취제에 대한 저항이 생기고 간에서는 약 분해 효소가 발달해 마취제 요구량이 늘 수 있다.

마취 중 각성 사례는 주로 제왕절개술, 심장수술, 쇼크 환자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개선된 마취제가 많이 나와 이런 경우에도 마취 중 각성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전신마취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수술이라는 힘든 산을 넘을 때 환자와 같이 걸으며 안전한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떨 필요는 없다.

홍성진 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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