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시아에서 인문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금융 위기와 멜라민 공포가 지구적 규모로 번지는 가을, 아시아라는 지역ㆍ문화적 경계와 그 경계 속 인문가치의 무게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08 인문주간'(6~12일)의 주요 행사인 제1회 아시아인문학자대회다. 대회장인 중앙대에 모인 국내외 학자들은 세계화의 진행 속에서 발굴ㆍ재조명해야 할 아시아의 인문전통과 그 방향을 탐색했다.
6일 기조발표에 나선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화급한 현실의 문제"를 들어가며 아시아적 인문 지평의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급격한 결혼이민자의 증가에서 세계화의 속도를 측정한 뒤, 그것이 투영되는 동서양 인문주의의 차이를 드러내 보인다.
그는 하버마스와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 그리고 공자의 관점을 토대로 이민자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을 비교했다. 바가바드기타>
김 교수에 따르면 하버마스를 비롯한 서양의 인문주의는 도덕적 의무에 바탕한 호혜주의의 특성을 띤다. 그것의 뿌리는 갈등과 투쟁의 조정이라는 관점, 곧 헤겔 변증법과 사회적 다위니즘에 내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갈등의 변증법'은 21세기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 한국에 오는 이민자들이 '호혜'와는 관계 없음에도 인간적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가 근거로 제시된다.
동정심과 동기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바가바드기타> 의 관점, 인간의 본질적 존재 방식을 사회에서 찾는 공자의 관점이 대안적 인식틀로 검토된다. 그리고 김 교수는 서구의 계몽주의가 이룩한 '이성의 지평'을 넘어서는, 아시아 인문전통에 뿌리를 둔 다른 차원의 지평 개척을 과제로 제시했다. 바가바드기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7일 강연에서 신자유주의시대의 아시아 연대 원리로서 인문학 가치를 조명했다. 모든 것을 화폐화하는 신자유주의 패권질서 속에서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지 않으며, 이른 봄에는 나무를 베지 않는" 동아시아 고전의 정신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향점으로 제시된다.
신 교수는 <맹자> 와 <주역> , <논어> 를 통해 동아시아의 연대를 모색하고, 그 연대 위에서 동아시아가 21세기 문명담론을 선취할 실마리를 찾는다. 논어> 주역> 맹자>
효(爻)와 괘(卦)가 이루는 역경(易經)의 관계론이 근대 서구의 결정론을 넘어설 단초로 검토되고, 화(和)와 동(同)의 논리는 무한경쟁시대의 공존 논리로 파악된다.
또 <노자> 에 담긴 유목주의와 하방연대(下方連帶)의 메타포가 새로운 연대의 원리로 부각된다. 신 교수는 "근대사회를 일관해 동아시아는 변방이었으나, 새로운 문명의 산실은 언제나 변방이었다"며 강연을 끝맺었다. 노자>
8일과 9일 진행될 대회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아시아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이뤄진다.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와 조경란 성균관대 교수는 '저항'의 도구로서 아시아 인문가치의 재구성 필요성을 제기한다.
유학이 21세기에도 사회적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의 친화성을 강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빈부격차와 물질만능주의 등에 대한 원인 진단과 대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완나 싸사-아난드 태국 출라롱콘대 교수는 <논어> 를 통해 유학의 정의론이 함축한 딜레마를 살핀다. 미야자와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의 혈연주의 특성을 고찰하며 근대화 패러다임의 재고 필요성을 밝힌다. "유교는 죽었다"고 단언하는 사카이 나오키 코넬대 교수는 '민족주의와 식민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논어>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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