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아니다. 뉴욕의 관광버스가 첫번째 코스로 들르는 명소가 됐을 정도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BAMㆍBrooklyn Academy of Music)다."
1861년 브루클린에 설립돼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돼 왔으며, 연간 최대 220개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5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공연장 BAM의 대표 카렌 홉킨스(57)가 문화예술위원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7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홉킨스는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예술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며 BAM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1979년 BAM에 입사한 그는 1999년 대표로 취임, 2005년 뉴욕 예술&비즈니스위원회의 예술경영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왔다.
그는 "BAM의 활동으로 예술이 활기를 띠면서 침체됐던 브루클린의 거리 문화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면서 "쇼가 살아나니 모든 것이 부활했다"고 말했다.
2,1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874석 규모의 중극장, 영화관(4개 관), 음식물 판매와 콘서트ㆍ전시를 함께 하는 카페를 갖춘 BAM은 실험적인 공연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홍상수, 박찬욱 감독의 영화도 이곳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무엇보다 BAM의 실험성을 대표하는 것은 매년 가을(10~12월) 진행되는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이다. 1983년부터 정례화된 이 페스티벌은 무용 연극 음악 오페라 등 전세계의 실험적인 공연물이 모두 모이는 축제로, 축제기간에만 매년 7만여명의 관객이 브루클린으로 모여든다.
홉킨스는 "경쟁이 심한 뉴욕에서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공연을 선보이는 게 BAM의 전략"이라면서 "남들이 미쳤다고 할 만큼 이색적인 공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이 8, 9시간씩 되는 연극을 차례로 소개하자 브루클린은 물론 뉴욕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링컨센터나 카네기홀 등 맨해튼 공연장과의 무모한 경쟁을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한 게 주효한 거죠."
브루클린이 클래식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중산층 흑인들의 거주지였던 만큼 확고한 원칙 하에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하나의 페스티벌로 묶어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수의 공연도 매일 다르게 꾸밀 정도로 BAM만의 차별성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그는 티켓 마케팅도 강조했다. 상업적인 공연과 작은 공연을 패키지 티켓으로 묶어 비상업적인 작품이 미래 고객에 대한 교육적 역할을 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한 일정으로 10일 지적재산권 전문 법률가인 로널드 E 파이너와 함께 한국 예술관계자를 대상으로 펀드 조성과 극장 운영에 관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50명의 이사가 참여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BAM의 총예산은 3,800만 달러에 달하며 이 중 50% 이상은 이사회와 기업, 재단과 개인 등이 후원한 펀드로, 나머지는 티켓 판매와 부대 수입으로 충당된다.
그는 "예술은 1분 만에 큰 돈을 잃을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희귀한 공연의 성격은 유지하되 예산 활용은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단기간의 페스티벌을 위해 펀드 조성에만 2년간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연장은 시민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독특한 예술로 언론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 것, 그것이 BAM의 성장 동력이 됐거든요. 마치 처음 만난 우리가 이렇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듯이, 예술에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