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 거품이 빠지면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보너스 파티에 젖어 있던 월가에 직격탄을 날리더니 근검 절약으로 유명한 독일 서민, 안데스 산맥의 농민, 인도의 중산층, 심지어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카즈흐스탄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 월가의 머니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개발도상국들이 줄줄이 위기를 맡고 있는 실상을 전하면서 "전세계는 공포로부터 안전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은 단비가 되지 못했다. 법안이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된 후 처음 증시가 열리던 6일 아침. 전세계에서 가장 개장한 호주 증시가 3.36% 폭락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한국 증시가 폭락장을 이으며 블랙 먼데이의 공포는 서쪽으로 퍼졌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고소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유럽 각국은 증시 폭락과 은행 파산 위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전세계에서 투자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던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 공업국들도 하루 아침에 무서운 속도로 탈출하는 외화 때문에 비상사태에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 1만선이 붕괴되는 것으로 세계 증시는 가장 긴 하루를 마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집계에 의하면 이날 하루동안 전세계 증시에서 2조2,000억달러(약 2,900조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위기는 가히 전지구적이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세계는 다시 눈을 떴지만 보이는 것은 어둠의 긴 터널이었다. 세계화의 모범국으로 불리던 아이슬랜드가 파산 위기에 몰리는 등 수많은 나라들이 비상상황에 처했다.
7일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는 비상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세계 증시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개장 초반 폭락세가 이어지더니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공포의 그늘은 여전히 드리워 있다.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빠지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돈줄이 마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각국 정부들은 활로를 찾은 근본적 방안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총재는 그 동안 세계경제를 주무르던 선진7개국(G7)만으로는 현재의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신흥국들이 대거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선진국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던 기존 세계 경제질서를 개편하는 계기가 된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중한 보약이 될 수 있다는 믿음만이 희망으로 남았다.
■ 나라별 주요 금융 상황과 대책
유럽
독일(7.07%▼ 6일) 은행예금 전액 정부 보증, 2대 모기지업체 히포 레알 에스테이트 500억유로 구제금융
영국(7.85%▼ 6일) 증시 20년 만에 최대폭 하락, 모기지업체 브래드퍼드 앤 빙리 국유화, 예금 보증 한도 5만파운드로 상향
프랑스(9.04%▼ 6일) 증시 사상 최대폭 하락
아일랜드 (정보 없음) 정부, 6대 은행 예금과 채무 지급 보증
아이슬란드(정보 없음) 그리트너은행에 8억2,700만 달러 지원
네덜란드(9.14%▼ 6일) 벨기에(6.87%▼ 6일) 포르티스 지분 75% BNP파리바에 넘기고 양국 정부는 지분의 11.7% 확보
이탈리아(8.24%▼ 6일) 최대은행 유니크레디트 66억유로 자금 조달
덴마크(11.06%▼ 6일) 은행예금 전액 정부 보증
그리스(5.85%▼ 6일) 은행예금 전액 정부 보증
오스트리아(8.22%▼ 6일) 은행예금 전액 정부 보증 추진
러시아( 19.10%▼ 6일) 증시 두 차례 거래중단, 추가 구제금융 대책 검토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7.65%▼ 6일)
북미
미국(3.85%▼ 6일) 증시 심리마지노선인 1만선 붕괴, 은행에 무보증 대출 통해 유동성 공급, 금리인하 검토
캐나다(5.30%▼ 6일)
중남미
브라질(5.43▼ 6일) 원자재 가격 하락, 증시 개장 직후 15% 이상 급락해 거래 2회 중단, 헤알화 달러 대비 7.53% 하락, 정부 긴급 금융안정책 발표
멕시코((5.40%▼ 6일) 미국 경기하락으로 내년 경제 더 악화 전망, 페소화 달러 대비 5% 하락
아르헨티나(5.91%▼ 6일) 페소화 달러 대비 2% 하락,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칠레(6.03%▼ 6일) 페소화 달러 대비 3% 하락, 4년 만에 최저치
베네수엘라((0.31%▼ 6일) 원유가 하락 영향, 정부 경비 절감 나서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일본(3.03%▼ 7일) 장중 1만선 붕괴, 일본은행 15영업일 연속 총 27조4,000만엔 자금 공급 발표로 하락세 진정
한국(0.54%▲ 7일) 원화 달러 대비 5% 이상 하락, 외화부족에 정부 비상조치, 증시 안정대책 발표로 증시 하락세 진정
중국(0.73%▼ 7일) 추가 금리인하 검토, 신용거래 공매도 허용 등 증시규제 완화
대만(0.43▲ 7일) 연기금 증시 개입 주가 하락 막아 상승 반전
인도(0.26%▲ 7일) 외국 단기자금 투자 규제 완화 등 외자 유치정책 추진
인도네시아( 0.86%▼ 7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태국(2.63%▼ 7일)
필리핀( 3.01%▼ 7일)
베트남(4.49%▼ 7일)
호주(1.17%▲ 7일)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 증시 상승 반전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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