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대한주택공사 국정감사장.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국민주택기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임대주택사업 내역을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재덕 대한주택공사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윤두환 의원이 "토지공사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화합하라"고 했을 때도 최 사장은 "검토하겠다"고 했다.
답답한 전 의원이 "관료사회에서 검토란 결국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예스(YES)냐 노(No)냐'를 요구했고 윤 의원도 "어디서 검토라는 걸 배웠는지…"라고 혀를 찼다.
"검토하겠다"는 말은 최 사장만 한 게 아니고 다른 국감장에서도 수없이 나왔고, 역대 국감의 속기록을 들춰보면 답변엔 어김없이 "검토하겠습니다"라는 말이 가득 들어있다.
검토(檢討)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따지는 것. 하지만 국감장에서는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쓰인다. 질의하는 의원도, 답변하는 기관장도, 취재하는 기자도 모르니 국민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피감기관장이나 공무원만 비난을 받아야 할까. 그들은 "국정감사에 어울리지 않는 지역구 민원성 요구를 하는 경우, 현실성 없는 제안을 할 경우 의원들에게 '아니다'고 단언할 간 큰 공직자는 없다"고 항변한다. 맞다. 그들의 항변처럼 '검토'라는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면피주의나 보신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자 이제 구질구질한 변명은 접고 실속있는 질의, 당당한 답변으로 '검토'가 사칭되지 않도록 해보자.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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