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정애(26ㆍ서울 구로동)씨에게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맞는 점심시간은 특별하다. 일상에서 찌든 마음을 치유해주는 한 편의 시(詩)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좋은 문장이 담긴 이메일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일주일에 두 번(월ㆍ목) 인터넷을 통해 시와 문장들을 배달 받는 이른바 '문화 이메일' 서비스 애용자이다.
그는 "회사 일에 쫓겨 예전처럼 서점을 자주 찾지 못하는데, 문화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이 답답하거나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때, 인터넷으로 배달된 시 한편을 읽고 나면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와 소설 속의 좋은 문장을 발췌해 이메일로 보내주고 추천도서까지 챙겨주는 '문화 이메일' 서비스가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곳은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의 '문학집배원' 코너. 인기 시인의 시를 그림이나 사진,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움직이는 이미지 플래시로 제작하고 여기에 시인의 육성과 성우의 낭송을 적절히 조합해 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나희덕(42ㆍ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시인과 동인문학상(2003년)을 수상한 작가 김연수(38)씨가 올해 5월부터 전임 문학집배원인 도종환(55) 시인, 안도현(48ㆍ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가 성석제(49)씨 등에게서 바통을 넘겨 받아 시와 소설을 전해주고 있다. 나 시인은 매주 월요일 '나희덕의 시 배달'로, 김 작가는 매주 목요일 '김연수의 문장배달'이라는 문패를 달고 전국 각지의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전주공고에서 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허순애(48) 교사는 "문학집배원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을 수업 시작 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아서 학습 지도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06년 5월 3만명의 독자로 시작한 문학집배원의 방문객 수는 2006년 23만명에서 2007년 29만명으로 늘어나더니 2008년 9월 말에는 32만명까지 증가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문학나눔사무국(www.for-munhak.or.kr)이나 사이버 문학광장(www.munjang.or.kr)을 찾아 무료로 신청하면 된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 정우영 사무국장은 "빠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문학적 감수성을 향유하면서 조금은 여유로워지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문학집배원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네티즌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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