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7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첫번째 경매를 열고 홍콩 미술시장에 데뷔했다. 컬렉터와 관계자, 현지 취재진 등 300여명이 경매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경매에서 122점 중 80점이 판매돼 낙찰률 65.6%를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275억원이었다. 첫 경매로는 좋은 성적이라는 평가다.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 시장 최고가 경신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유화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1972)는 6,200만 홍콩달러(약 93억원)에 낙찰됐다. 수수료 포함 6,837만 홍콩달러로 지난 5월 크리스티 경매 때 최고가를 기록한 정판즈의 '가면' 시리즈(수수료 포함 7,536만 홍콩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 다른 대작 윌렘 드 쿠닝의 1982년작 '무제 ⅩⅥ'는 62억원에 팔렸으며 중국 작가 정판즈의 '가면'이 17억원에 낙찰됐다.
한국 작품 가운데는 이환권 안성하 지용호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추정가를 넘기며 좋은 반응을 얻은 반면 '노상의 여인들' 등 박수근의 작품 두 점은 모두 유찰됐고, 김창열 전광영 등 국내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도 관심을 얻지 못했다.
서구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 본햄스가 아시아 미술품을 거래하고 있는 홍콩 미술시장은 뉴욕과 런던에 이은 세계 세번째 규모의 마켓. 2004년 2,900억원에서 지난해 7,600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성장했다. 서울옥션은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아시아 경매회사로는 처음으로 홍콩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 미술시장은 최근 2, 3년 새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긴 했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오름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게다가 금융 위기와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라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국내 경매시장의 낙찰률과 낙찰금액, 아트페어의 판매율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 등 경매회사와 대형 갤러리들이 자연스럽게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K옥션도 해외 진출을 선언, 11월 28일 마카오 베네시안 리조트에서 첫번째 경매를 열 예정이다.
서울옥션 윤철규 대표는 "환율이 불안한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출발이라고 본다"면서 "홍콩에서 매년 두 차례 경매를 실시, 2010년까지 홍콩 경매시장의 10%인 7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를 지켜본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그간 크리스티가 한국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 인지도가 생기면서 한국 경매사들의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며 "시장의 볼륨을 키운다는 측면 뿐 아니라 국내 작가 양성이라는 면에서도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콩=글·사진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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