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주 삼아 얘기할 수 있어도 공식적으로 꺼내놓기 힘든 얘기가 있다. 한나라당에선 '이재오 전 의원의 재보선 출마설'이 그런 종류다. 그런데 7일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공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은평도 재보선 가능성이 많은데 이 전 의원의 출마도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당장 창조한국당이 발끈했다. 김석수 대변인은 "마침내 한나라당이 문국현 죽이기 속내를 드러냈다"며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부 여당이 실행에 옮겨온 사실을 뒤늦게 실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의 출마 문제가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사람들의 입 방아에 오른 지는 꽤 됐다. 4월 총선 낙선 이후 쫓기듯 미국으로 간 이 전 의원으로선 하루 빨리 재기의 계기를 잡고 싶어한다.
재선거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호사가들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 전 의원이 출마하면 민주당에선 손학규 전 대표나 정동영 전 의장을 대항마로 내놓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모두가 그럴 듯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당장 선거법 위반으로 7일 기소된 문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수사와 재판 일정 등을 감안하면 재선거가 잡히더라도 내년 4월은 어렵고 10월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부정적 목소리가 많다. "총선에서 심판받은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재선거 출마를 운운하느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당내 공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만약 다시 낙선하기라도 하면 이 전 의원으로선 최악이다.
이런 저런 것을 감안하면 출마설은 쉽게 꺼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전 의원 측근들부터 조심스럽다. 진수희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재보선이 이뤄질지, 또 이뤄진다면 언제 이뤄질지 모든 게 다 불확실하다. 뭐라고 이야기 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공 최고위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다.
이 전 의원의 뜻도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차명진 의원은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지금 시기에 출마 문제를 꺼내는 게 이 전 의원에게 득보다는 실임을 측근들도 잘 아는 듯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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