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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국립오페라단 '살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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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국립오페라단 '살로메'

입력
2008.10.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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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된 애욕과 광기 '성공무대의 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성서 오페라가 아니다. 내용도 기독교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아닌 데다가 성서엔 그녀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헤롯왕의 아내 헤로디아스의 딸이라고만 기록되었을 뿐이다. 세례 요한의 목이 잘린 것도 헤로디아스가 자신의 복수심을 딸을 통해 관철한 결과다.

그러나 당대에도 춤을 춘 여인의 이름을 살로메라 기록한 문헌이 있고 위험한 여자를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취급되었다. 오페라의 원작을 제공한 오스카 와일드는 불어로 희곡 <살로메> 를 썼는데, 팜므 파탈 문화의 본산이 프랑스였음을 상기하면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독일어로 번역된 것이다.

'살로메'가 특별한 이유는 탐미주의의 극치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페라에서는 그리스 비극의 재현을 목표로 했던 태동기 이래 본격적인 에로스를 다룬 예가 많지 않다.

발레가 자주 삽입된 이유도 스스로에게 부족한 에로스적인 측면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살로메'의 특별한 맛을 살리자면 퇴폐적인 에로스를 정면으로 다뤄주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카를로스 바그너가 연출한 국립 오페라의 '살로메'(10월 2~5일ㆍLG아트센터)는 한마디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관객 대부분은 음악적으로 만만치 않은 '살로메'가 이토록 아름답고 우화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에 탄복했다.

효율적이고도 긴장감 넘치게 설치된 무대 장치, 미쳐가는 살로메의 병인(病因)을 첫사랑을 느낀 열여섯살 소녀가 그 사랑을 거절당한 충격이라고 본 해석도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그러나 에로스나 탐미적 요소는 원작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일곱 베일의 춤을 심심하게 처리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장면은 살로메가 세례 요한의 잘린 목을 부여잡고 극도의 분열적 상황에 빠지는, 그래서 의붓딸에게 욕정을 품었던 헤롯왕조차 "저 년을 죽여라!" 하고 소리칠 정도의 광기에 있는데 이런 것이 비교적 '착하게' 묘사되었다.

지난해의 '보체크'(연출 양정웅)에 이어 '살로메'까지,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20세기 현대 오페라 두 편이 관객의 호응을 얻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은 둘 다 깔끔한 연출이었고, 실제로도 수준 높은 프로덕션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 오페라를 국내에 소개할 때 좋은 성공 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체크'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처절한 현실이, '살로메'에서는 역겹고 피비린내 나는 애욕이 넘실거려야 이들 오페라의 진정한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것도 예술의 한 측면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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