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지난달 '베리타스(veritas)' 출시 기념회에서 "고급 세단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이탈리아 말로 '진리'를 뜻하는 베리타스에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이 얼마나 실제 판매로 연결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가격 대비 합격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량 덩치(폭 1,895㎜ㆍ길이 5,195㎜)에 비해 엔진 크기(3.6ℓ)는 작은 편이다. 힘(252마력ㆍ34토크)은 동급 차량과 비슷하지만 가속력은 뛰어나다. 엔진 회전수가 낮은 영역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장치가 세팅됐다고 한다.
급 브레이크를 밟거나 회전할 때 쏠림 현상이 있긴 하나,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탓에 다소 출렁거린다는 느낌이다. 푹신한 승차감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모를까, 딱딱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불만을 느낄 법도 하다.
긴 휠베이스(앞ㆍ뒷바퀴 축간의 거리)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무척 여유롭다. 뒷좌석 시트를 거의 누운 상태로 펴도 웬만해선 앞좌석에 다리가 닿지 않을 정도다. 국내 대형차 중 뒷좌석 공간이 가장 넓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사장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뒷유리 가리개, 안마 기능 장치, 항공기 스타일의 영화 감상 모니터와 무선 헤드셋 등 각종 편의 장치가 1억원대 최고급 차량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격은 3가지 사양에 따라 4,600만~5,700만원. '제네시스', '에쿠스', '체어맨' 등 경쟁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GM그룹 계열사인 홀덴이 차량 생산지인 호주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문제점은 여전히 한국화가 덜 됐다는 것. 베리타스는 3년 전 GM이 한국시장에서의 대형차 라인업을 위해 홀덴에서 들여온 '스테이츠맨'의 후속 모델이다. 당시 스테이츠맨은 사이드 미러가 접히지 않는 것을 비롯해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무대 뒤로 사라졌다.
실패를 거울 삼아 베리타스를 출시했다지만, 여전히 '숙성된' 모습은 아니다. 듀얼 머플러는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덜덜거리는 느낌이고, 오디오 음량조절 다이얼은 조수석 쪽에 있어 신기할 정도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호주 스타일을 고치지 않은 탓인 듯하다. 자동 개폐식도 아닌데 트렁크 손잡이가 없고, 스마트 키를 채택하지 않은 점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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