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럽으로, 아시아로, 그리고 브릭스(BRIC: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까지.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후(戰後) 최대의 경제위기,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제 동반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의 대응과 선진국 중심의 공조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패닉 사태의 조기 진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6일(현지시간) 혹독한 '블랙 먼데이'를 경험한 세계 금융시장은 7일에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전날 4년만에 1만선이 붕괴됐던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7일 1만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영국 프랑스 증시는 사상 최대의 하락 폭을 보였다. 러시아 브라질 페루 등 신흥국 증시도 10% 넘는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7일 아시아ㆍ유럽 증시는 국가별로 소폭 반등하거나 낙폭을 줄이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지만 달러 유동성을 나타내는 하루짜리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는 전날 대비 1.57%포인트나 급등한 3.94%를 기록, 자금경색이 더욱 심해졌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온라인판에서 "6일 (블랙 먼데이에 따른 세계증시 폭락으로) 전 세계주식 시가총액에서 2조5,000억달러(약 3,300조원)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는 이제 주식ㆍ외환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날 뉴욕타임스와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 등에 따르면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내 미국경기가 침체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응답이 69%에 달했다. 유로화 사용 15개국(유로존)의 투자신뢰도를 가늠하는 센틱스 지수의 10월 수치도 2002년 이 지수가 도입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 경기 침체 우려를 높였다.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 정부의 대응 노력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부터 은행권에 유동성공급 규모를 연말까지 9,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200억달러의 단기자금 공급에 나섰다. 특히 유럽 각국은 최악의 금융위기 시나리오인 '뱅크 런(예금대량인출)' 조짐이 엿보이자 개별적으로 무제한 예금보호 조치에 착수한 데 이어, 7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긴급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예금 지급보장 한도를 종전의 2만유로에서 5만유로로 상향 조정키로 합의했다.
현 단계에서 유일한 대안은 각국 정부ㆍ중앙은행의 공조뿐이라는 지적이다. 미셸 캉드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함께 대책을 조율한다면 올해 말에는 시장 상황의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향후 몇 년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6,570억달러 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며 각국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동시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주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7일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공조방향과 정책수단에 대해 선진국들이 아직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 근원적 위기확산차단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뉴플라이즈OBC에셋매니지먼트의 에마뉴엘 수프레는 블룸버그 통신에 "불을 5분 만에 진화하기는 쉽지만 지금은 이미 불이 난지 1시간 정도 됐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고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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