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가 유럽과 남미, 아시아 시장을 강타하면서 브릭스(BRICs) 국가들마저 삼키고 있다. 신흥 공업국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전세계의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일었던 호황은 이제 옛 얘기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빠지는 이들 국가의 증시가 전세계 투자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브릭스 증시는 중국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5월 19일 2,498포인트를 기록했던 러시아 달러 표시 에르테에스(RTS) 지수는 이후 폭락을 거듭해 6일 865포인트로 마감했다. 불과 100일여만에 3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도 올해 5월 7만3,920포인트를 기록한 후 최근 하루에 9% 이상씩 '자유 낙하'해 4만2,00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여주었던 인도 뭄바이 증시마저 8월 1만5,500포인트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며 어느새 1만1,695포인트까지 주저 앉았다.
6일 하루동안 러시아가 19%를 하락하는 동안 브라질 증시는 한때 15%까지 떨어졌고, 중국 증시가 5%, 인도가 6% 떨어지는 등 전세계 증시 공황의 가장 큰 희생자가 브릭스 국가가 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금융위기와 경기둔화로 신흥공업국의 자본 유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신흥국의 통화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릭스 국가 중 가장 위태로운 나라는 러시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지난달 1,200억달러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투입했던 러시아 금융계가 한달 만에 다시 위기를 맞게 되자 투자자들이 더 강력한 구제금융 투입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7일 363억 달러를 스베르방크, VTB 등 국영은행에 5년 한도로 대출해 주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경제위기는 8월 그루지야 전쟁 이후 외국자본이 대거 러시아를 이탈하면서 가시화했다. 이후 국제유가 마저 연일 하락하자 러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남미의 모범국 브라질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위기의 제1원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세계 신용경색과 경제불황이 원자재 수요를 감소시키면서 중남미 경제성장세에 종지부를 찍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최근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브라질을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다"며 밝혔다. 6일 증시가 폭락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날 경제팀을 긴급 소집해 현재 2,070억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금융시장 안정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상대적으로 선전하던 인도 역시 6일에는 증시 폭락에 이어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가 5년 반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외국자본 탈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결국 인도 증권위원회는 7일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장외 파생상품 발행 규제를 철폐하는 등 외국자본 붙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정부의 증시부양대책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중국 증시 역시 6일 전세계 폭락세에 휩쓸리고 말았다. 중국 증시당국은 전세계의 금융시장 규제강화 움직임과 반대로 7일 신용거래와 공매도를 허용을 발표하는 등 규제완화를 통한 증시 체질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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