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설마 미국이…
알림

[편집국에서] 설마 미국이…

입력
2008.10.08 00:11
0 0

"그날 밤 토론의 대부분은 우리에게 남겨진 방안들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어느 것도 그다지 유망해 보이지 않았다. 방안의 하나는 '한국을 그대로 가게 하고(let South Korea go)' 다른 나라들을 지원함으로써 그 주위에 방화벽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 노력의 대부분은 신뢰 구축을 위한 다른 방법들에 쏠렸다. "

미국의 재무장관으로 1997년 발생한 아시아의 환란수습을 진두지휘 했던 로버트 루빈의 회고록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 (지식의 날개 발행)에 나오는 대목이다.

미셸 캉드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해 12월3일 55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자, 한국의 15대 대통령 선거일인 12월18일 루빈을 비롯,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외환위기에 대해 토의한 내용의 일부다. 이중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let South Korea go'라는 대안이 검토되었다는 대목은 놀랍고 오싹할 따름이다.

결국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강력한 국제 지원 패키지를 끌어내면서 한국 시장은 안정을 찾아갔고 김대중 정부는 IMF의 개혁프로그램을 충실히 실행, 환란을 성공적으로 수습했다. 1995년 멕시코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진두지휘가 없었더라면 세계 경제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이번 위기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있는 상황이고, 미국은 IMF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초강대국으로 대적할만한 국가가 없는 미국에 왜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어 지금의 금융위기에 몰린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그 이전부터 구조적인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소련의 붕괴를 예언해 화제를 모았던 프랑스 역사학자로 <제국의 몰락> (까치 발행)의 저자인 엠마뉘엘 토드의 분석도 이런 맥락에 가깝다.

미국은 경기 후퇴기조차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미국 가정의 저축률은 제로에 가깝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매년 신기록을 세우며 확대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일반 국가의 경우였으면 부도가 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달러라는 '화수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역할은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비꼴 정도다. 또 전세계에서 기업, 은행, 투자가, 개인들이 달러를 사려고 달려든다. 이들은 미국의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투자나 재무성 채권 등을 구매한다. 빚을 내 잔치(소비)를 하고 달러를 찍거나 투자를 받아 운영을 해온 '모래성' 구조인 셈이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메우려면 하루 10억달러의 빚을 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토드는 이 같은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현재의 미국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라 자칫하면 세계 경제를 심각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으로 금융유입이 중단되는 순간 곧바로 지구촌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지금 그 모래성이 위태로워 보인다.

조재우 경제부 차장 josus62@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